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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이별

출근길 이별의 향기

그녀가 내 커피에 이별을 탔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건네는 텀블러였지만 오늘은 뭔가 달랐다. 향이 달랐다. 말투가 달랐다. 손끝의 떨림이 달랐다.

"오늘도 화이팅해." 그녀가 말했다. 평소와 달리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출근길 엘리베이터 앞,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어지럽게 우리를 스쳐 지나갔다. 텀블러를 받아들자 평소보다 뜨겁게 느껴졌다. 손에 쥐는 순간 알았어야 했다.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회사 책상에 앉아 처음으로 커피 뚜껑을 열었을 때, 노란 포스트잇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단정한 글씨체. '오늘부터 각자의 길을 걸어요.' 다섯 글자가 사무실 형광등 아래서 번쩍였다. 커피는 평소보다 쓰게 느껴졌다. 이별의 맛이란 게 이런 것인가.

컴퓨터 화면을 켜고 메일함을 열었다. 업무 메일들 사이에 그녀의 이름이 있었다. 제목은 단 두 글자, '안녕'. 열지 않았다. 열 필요가 없었다. 이미 이별은 내 식도를 타고 위장까지 내려가고 있었으니까.

창밖으로 도시의 풍경이 평소와 다름없이 흘러갔다. 출근하는 사람들, 택시를 잡는 사람들,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 모두가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나도 이제 혼자 갈 길을 가야 한다. 3년 동안 함께 걸었던 출근길을 이제는 혼자서.

점심시간, 구내식당에서 혼자 앉아 밥을 먹었다.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 늘 그녀가 앉던 자리. 휴대폰을 꺼내보니 아침에 보낸 메시지는 여전히 '1'이라는 숫자가 붙어 있었다. 읽지 않은 채로. 어쩌면 그게 나았다. 마지막 인사를 읽는 순간 정말 끝이 될 테니까.

오후 회의에서는 평소보다 집중이 잘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별의 고통은 나를 현실에 더 단단히 묶어놓았다. 사람들의 말이 더 또렷하게 들렸고, 프레젠테이션의 글자들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마치 내 감각이 모든 것을 놓치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것처럼.

퇴근 시간, 엘리베이터에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그중에 그녀는 없었다. 아침에 받은 커피 텀블러를 손에 쥐고 있었다. 비어 있었지만 무거웠다. 이별의 무게였다.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마침내 그녀의 메일을 열었다. 긴 글이 아니었다. "우리 만난 지 3년째 되는 날이에요. 처음 당신에게 커피를 건넸던 그 출근길이 생각나요. 그때처럼, 이제 각자의 길을 걸어야 할 것 같아요. 행복하세요."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었을 때, 처음으로 울음이 터졌다. 텀블러를 씻으며 마지막 이별의 향기를 물에 흘려보냈다. 내일도 같은 시간에 출근해야 한다. 다만 이제는 커피를 직접 내려 마셔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혼자 걸어야 할 출근길에, 이별의 흔적만이 남아 나를 따라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