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의 병원: 꿈을 수술하는 곳
모든 이력서가 거절당한 날,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자 검은 정장을 입은 여성이 미소지으며 명함을 건넸다. '꿈 성형외과 - 당신의 취업을 수술합니다.'
"안녕하세요, 김민준 님. 저희는 취업 실패자들에게만 찾아갑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벨벳처럼 부드러웠다. "병원에 방문해 상담받아보시겠어요? 무료입니다."
다음 날, 나는 지하철 8번 출구에서 골목을 따라 걸었다. 그 '병원'은 회색 건물 3층에 자리했다. 로비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모두 나처럼 지친 표정이었다. 대기실에서는 커피 특유의 쓴맛과 살균제 냄새가 묘하게 뒤섞였다.
"김민준 님." 간호사가 나를 불렀다. 의사는 하얀 가운을 입은 중년 남성이었다. 그의 책상 위 명패에는 '이상훈 - 꿈 성형외과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취업난이 심각하지요." 그가 내 이력서를 훑어보며 말했다. "우리는 여기서 당신의 꿈을 수술합니다. 과도한 열정, 비현실적 기대, 자존감 결핍 같은 것들을 제거하고 현실에 맞게 재구성하죠."
그가 내 눈을 정확히 들여다봤다. "당신은 자신이 무엇이 되고 싶은지 알고 있나요?"
나는 목이 메었다. "작가요."
"하지만 취업하려는 곳은 IT 회사군요." 그의 목소리에 비웃음이 없어서 더 아팠다.
"생계가... 필요해서요."
의사는 수술 동의서를 밀어넣었다. "이 수술 후에는 작가라는 꿈을 잊게 됩니다. 대신 IT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이 강화되죠. 성공률은 92%입니다."
펜을 들었다 내려놓기를 반복하는 내 손이 떨렸다. 밖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창문을 타고 흐르는 빗방울처럼 내 꿈도 흘러내릴 것인가.
"모두가 이 수술을 받나요?" 내가 물었다.
"아뇨." 의사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8%는 수술을 거부합니다."
"그들은요?"
"대부분 실패하죠. 하지만..." 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가끔... 아주 가끔은 자신만의 병원을 세우는 사람도 있어요. 타인의 꿈을 살리는 곳 말이죠."
나는 펜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동의서를 반으로 찢었다. 의사의 눈에 희미한 빛이 번쩍였다. 그제서야 나는 그의 책상 한쪽에 놓인 작은 액자를 발견했다. 그의 첫 소설책이었다.
"당신... 8%군요." 그가 처음으로 웃었다. "이제 진짜 치료를 시작할까요? 꿈을 죽이지 않고 취업하는 법에 대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