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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썸타기

취업 썸타기: 불확실한 경계선에서

"취업은 썸 타는 것과 같아. 애매한 신호, 읽히지 않는 마음, 그리고 끝없는 불안감." 취업 컨설턴트 박지연이 내게 던진 첫 마디였다. 나는 그 말을 처음엔 웃어넘겼지만, 열여덟 번째 면접 불합격 통보를 받은 지금, 그 말이 피부에 와 닿는다.

오늘 아침에도 채용 사이트를 훑으며 새로운 공고에 이력서를 넣었다. 회사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기업 블로그 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까지. '적극적인 관심'을 어필하기 위한 나만의 의식이다. 그들이 내 프로필을 볼까? 내 존재를 인식할까? 모든 게 연애 초기의 불안한 셈법과 같았다.

"최종 면접까지 갔다면 좋은 신호예요. 그쪽에서도 분명 당신에게 관심이 있어요." 친구가 위로했지만, 내 마음은 이미 읽힌 카카오톡 메시지에 답장이 없는 것처럼 불안했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보여줬나? 아니면 부족했나? 썸을 타는 것처럼, 취업의 세계에서도 나는 항상 '적당한 거리'를 찾지 못했다.

인사팀 담당자의 메일이 왔다. "면접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심장이 요동쳤다. 이메일을 열기 전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카페의 은은한 재즈 선율, 옆 테이블에서 들리는 키보드 소리, 에스프레소 향. 이 모든 것이 유난히 선명하게 느껴졌다. 딱 첫 데이트 전의 그 긴장감과 같았다.

"면접 결과 최종 합격을 알려드립니다."

화면을 세 번이나 다시 읽었다. 합격이라니. 열아홉 번째 도전 만에 찾아온 성공. 그리고 메일 하단에는 짧은 메모가 있었다.

"면접에서 보여주신 열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저희 회사 블로그 게시물에 대한 세심한 피드백이 채용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화면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마치 고백을 받아낸 것 같은 짜릿함. 하지만 이내 새로운 불안이 찾아왔다. 수습 기간은 어떨까? 회사 문화에 적응할 수 있을까? 내 역량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까?

내 옆자리에 앉은 노부부가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오십 년은 함께한 듯한 그들의 편안한 모습이 부러웠다. 취업과 썸타기는 닮았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 이후다. 썸에서 시작된 관계가 깊은 사랑으로 발전하듯, 취업 후의 커리어도 하루하루 쌓아가는 신뢰와 성장으로 만들어진다.

카페를 나서며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이제 썸은 끝났다. 진짜 관계의 시작이다. 그리고 어쩌면 모든 불확실한 경계에서의 설렘은, 결국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