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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병원

판타지 병원: 치유의 문 너머

환자가 숨을 거둔 바로 그 순간, 병실의 의료 모니터에서 요정이 튀어나왔다. 작은 녹색 빛을 내뿜는 그 존재는 내 눈에만 보이는 듯했다. 간호사들은 시체를 정리하고 차트를 업데이트하느라 바빴고, 나는 그저 처방전을 들고 얼어붙어 있었다.

"닥터 김, 당신은 오늘부터 두 세계의 의사입니다." 요정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쇠붙이가 달그락거리는 소리 같았다. "판타지 병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날 이후, 서울대학교 병원 지하 7층은 내게 다른 세계가 되었다. 아무도 모르는, 지도에도 없는 그곳은 인간만이 아닌 모든 존재를 치료하는 공간이었다. 처음에는 환각이라 생각했지만, 인어의 비늘을 소독하고, 드래곤의 화상 치료를 하며, 유니콘의 뿔에서 생명의 물을 추출하는 일은 너무도 실재했다.

소독약 냄새와 마법 허브의 향이 뒤섞인 공기가 코를 찔렀다. 인간 세계의 첨단 의료 기기와 마법의 도구들이 공존하는 수술실에서, 나는 점점 더 능숙해졌다. 현실 세계에서는 치료할 수 없었던 환자들이 이곳에서 새 삶을 얻었다. 하지만 모든 마법에는 대가가 있다는 법칙은 여기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어느 날, 내가 가장 아끼던 환자 소녀가 찾아왔다. 인간 세계에서 불치병으로 선고받은 그 아이를 살릴 방법은 판타지 병원에서도 찾기 어려웠다. "판타지 세계의 생명은 인간 세계의 생명과 맞바꿀 수 있습니다." 수석 의사인 고대 마법사가 속삭였다. "당신의 수명 일부를 건네줄 수 있지만, 그 대가로 당신은 마법 세계를 영원히 잊게 됩니다."

수술대 위에 누운 소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나는 결심했다. 판타지 병원의 청록색 불빛이 나를 감쌌고, 신비한 언어의 주문이 귓가에 울렸다. 내 손가락 끝에서 은빛 실이 뽑혀 나와 소녀의 가슴으로 흘러들어갔다. 통증이 전신을 관통했지만, 소녀의 피부가 생기를 되찾는 것을 보는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서울대학교 병원 소아과 병동에서 눈을 떴다.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왜인지 마음은 평온했다. 회진을 돌며 소녀의 병실에 들어섰을 때, 그녀는 이미 퇴원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기적이에요, 닥터 김!" 그녀의 어머니가 울먹였다. "어젯밤 갑자기 모든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왔어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가슴 한편에서는 무언가 빠져나간 듯한 공허함이 느껴졌다. 병실을 나서는데 소녀가 내 가운 주머니에 무언가를 슬쩍 넣었다. 복도에서 꺼내 보니 작은 종이 새였다. 펼쳐보니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잊지 마세요, 닥터 김. 판타지 병원은 당신의 마음 속에 언제나 존재합니다."

그 순간, 어렴풋이 기억이 돌아왔다. 지하 7층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망설임 없이 확신에 차 있었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치유는 현실과 환상, 그 경계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