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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부모님

판타지 부모님: 우리가 몰랐던 마법의 유산

열두 살 생일날, 아버지의 서재 열쇠를 몰래 훔친 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평생 들어가지 말라던 그곳에는 내가 알던 세상의 모든 법칙을 뒤집어 놓을 비밀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재 중앙에 떠 있는—그렇다, 정말로 공중에 떠 있는—책 한 권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손가락이 책 표면에 닿자 방 안의 공기가 갑자기 팽팽해졌다. 천장에서는 별빛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벽면의 책장들이 천천히 움직이며 거대한 문을 드러냈다. 나무로 만든 벽면이 마치 물결처럼 일렁이는 광경에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민수야, 들어와도 좋아."

뒤에서 들려온 엄마의 목소리에 나는 얼어붙었다. 당황한 내 표정을 보고 엄마는 따뜻하게 미소지었다. 그리고 아버지도 그 뒤에 나타났다. 언제나 회사 서류를 들고 다니던 아버지의 손에는 이상한 모양의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우리가 언제 말해줘야 할지 고민했었단다. 네 열두 번째 생일이 그 시간이라고 생각했어."

부모님은 나를 그 문 앞으로 데려갔다. 문이 열리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우리 집 서재에서 이어진 곳은 끝없이 펼쳐진 숲속이었다. 형형색색의 빛을 내뿜는 나무들과 공중에 떠다니는 작은 생명체들,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

"우린 원래 이곳 출신이야. 아스트랄리아라고 하는 판타지 세계의 수호자였지." 아버지가 조용히 설명했다. "너를 지구에서 키운 건 네가 충분히 성장할 때까지 보호하기 위해서였어. 우리 가족은 세대를 거쳐 두 세계 사이의 균형을 지키는 임무를 맡아왔단다."

엄마는 주머니에서 작은 크리스탈을 꺼내 내 손에 쥐어주었다. 만지는 순간 따뜻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이건 네 마법의 핵심이야. 우리 혈통에 흐르는 힘이지.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거야, 하지만 우리가 함께할 거란다."

그날 밤, 식탁에서의 저녁은 완전히 달랐다. 요리가 스스로 접시 위로 날아오고, 컵에 담긴 주스는 무지개색으로 빛났다. 매일 아침 출근하던 아버지가 실은 다른 세계의 마법 의회 의원이었고, 동네 독서모임에 다니던 엄마는 치유의 마법을 연구하는 학자였다.

내 일상의 모든 것들—아플 때 엄마가 해주던 특별한 차, 아버지가 들려주던 이상한 동화들, 우리 집 뒷마당에 절대 들어오지 않는 해충들—모든 것이 새롭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내일부터 네 진짜 교육이 시작될 거야," 아버지가 말했다. "지금까지의 학교는 기초일 뿐이었어."

그날 밤 침대에 누워, 창문으로 쏟아지는 별빛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내가 알던 세상, 내가 알던 부모님은 환상이었다. 하지만 이제 더 크고 놀라운 판타지가 내 앞에 펼쳐져 있었다. 아마도 모든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님에 대한 비밀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다만 내 경우는, 그 비밀이 마법으로 가득한 다른 세계로 향하는 문이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