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자매: 거울 너머의 약속
은애의 손가락이 거울 표면에 닿는 순간, 유리는 물처럼 일렁였다. 삼 년 전 사라진 쌍둥이 자매 수애가 그곳에 있었다.
"나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아." 수애의 목소리가 물속에서 들리는 것처럼 울렸다. 은애는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을 억누르며 거울에 이마를 기댔다. 차가움이 아닌 미세한 따스함이 느껴졌다.
열여덟 번째 생일, 자매는 함께 도서관 지하실에서 발견한 고대 거울 앞에 섰었다. "마법은 존재하지 않아"라고 말하던 수애가 먼저 손을 뻗었고, 그 순간 그녀는 사라졌다. 경찰은 실종 사건으로 다루었지만, 은애만이 진실을 알았다. 수애는 다른 세계로 갔다.
"그곳은 어때?" 은애가 물었다. 창밖으로 내리는 비가 거울 속 수애의 눈물처럼 보였다.
"여기는... 모든 것이 반대야. 햇빛은 차갑고, 밤은 뜨거워. 사람들은 눈으로 말하고 입으로 봐." 수애의 말에 은애는 몸서리를 쳤다. "하지만 네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판타지가 실현돼. 용들이 하늘을 날고, 바다에는 노래하는 인어들이 있어."
은애는 일기장을 꺼내 보여주었다. 삼 년간 매일 수애에게 쓴 편지들. "널 찾으려고 마법사, 점쟁이, 심지어 대학의 물리학 교수까지 찾아갔어. 아무도 날 믿지 않았지."
"그래도 나를 찾았네." 수애가 웃었다. 거울 속 그녀의 주변으로 푸른빛 나비들이 날아다녔다.
"돌아오는 방법을 찾았어." 은애가 말했다. "오늘이 마지막 기회야. 우리 생일, 그리고 보름달이 뜨는 날. 거울의 균열이 열릴 거야."
수애의 표정이 흐려졌다. "내가... 돌아가면 이곳은 사라질 거야. 내가 이 세계를 만들었거든." 그녀의 눈에 결의가 서렸다. "난 이곳의 여왕이야, 은애. 여기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해."
처음으로 은애는 거울 속 세계를 볼 수 있었다. 놀랍도록 화려한 궁전, 빛나는 숲, 그리고 수애의 뒤로 모여든 수많은 생명체들. 그녀의 자매는 정말로 판타지 세계의 중심이었다.
"그럼 내가 갈게." 은애의 말에 수애의 눈이 커졌다. "이 세계에 두 명의 여왕이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수애가 손을 내밀었다. 은애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방을 둘러보았다. 현실의 모든 것이 갑자기 너무 단조롭게 느껴졌다. 자매가 손을 잡는 순간, 거울은 일렁였고 은애는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은애의 방에는 빈 거울만 남았다. 탁자 위에는 일기장이 놓여 있었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단 한 줄이 적혀 있었다. "때로는 현실보다 판타지가 더 진실할 때가 있다. 자매의 사랑만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