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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남사친

패션의 덫: 남사친의 고백

그날 민준이 입고 온 셔츠는 내가 두 달 전에 사라진 셔츠와 똑같았다. 끝내 친구라는 경계를 넘지 못한 우리 사이에, 옷이 만들어 낸 균열이 처음 생겨났다.

"그거 어디서 샀어?" 목소리를 가능한 담담하게 유지하려 애썼지만, 가슴 속에서는 이미 의심의 파도가 일기 시작했다.

민준의 눈이 순간 흔들렸다. "이거? 그냥... 인터넷에서."

우리는 7년 지기 남사친이었다. 대학 신입생 때부터 서로의 연애 상담을 해주고, 시험 기간에는 함께 밤을 새워 공부했다. 하지만 그의 옷장에는 내가 사라졌다고 생각한 옷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나와 달리, 그는 언제나 무심한 스타일이었으니까.

카페 창가로 비치는 햇살이 민준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의 목에 걸린 팬던트는 내가 생일에 받았던 것과 똑같았다. 손목에 찬 가죽 팔찌도, 심지어 신발까지. 내 취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의 패션은 이제 우연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정확했다.

"너... 혹시 내 옷 훔쳐 입고 다니는 거야?" 농담처럼 던진 질문이었지만, 민준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침묵이 길어졌다. 커피 잔을 만지작거리던 그가 입을 열었다. "훔친 건 아니야. 그냥... 네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찾아서 입었을 뿐이야."

카페의 소음이 갑자기 증폭되어 귓가를 울렸다. 민준의 고백은 계속됐다.

"네가 남자들 패션 평가하는 걸 듣고 있으면... 그런 스타일이 좋다고 하잖아. 나도 모르게 너의 취향을 따라가고 있었어. 그게 우리 사이를 더 가깝게 만들 것 같았거든."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평소에 던진 말들, 다른 남자들의 옷차림에 대한 칭찬들, 그것들이 전부 민준의 패션 교과서가 되어 있었다는 것을. 7년 동안 남사친으로 불렀던 사람이 사실은 더 깊은 감정을 키워왔다는 사실이 갑자기 명확해졌다.

"왜 그냥 말하지 않았어?"

민준은 쓴웃음을 지었다. "네가 항상 말했잖아. 남사친은 절대 이성으로 안 보인다고."

그 말에 가슴 한구석이 아려왔다. 내가 그토록 단단하게 쌓았던 우정이라는 벽이, 알고 보니 내 무심한 말 한마디로 시작된 거대한 오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옷장을 열었다. 민준이 입고 있던 옷과 비슷한 스타일의 옷들이 가득했다. 모두 나의 취향이었고, 어쩌면 민준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나의 이상형이었는지도 모른다. 문득 깨달았다. 패션이 아닌, 그 옷을 입은 사람을 보지 못했던 것은 오히려 나였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