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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병원

패션 병원: 옷이 치유하는 곳

간호사 김미정이 그녀의 특별한 환자에게 건넨 첫 마디는 "오늘은 어떤 색을 입고 싶으세요?" 였다. 일반 병원과 달리, '컬러 테라피 패션 병원'에서는 처방전 대신 옷장이 환자를 맞이했다.

미정은 열다섯 번째 항암 치료를 앞둔 정소영의 담당 간호사였다. 소영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그녀가 입은 선명한 코발트 블루 드레스는 병실의 형광등 아래서도 빛났다. 병원 복도를 걸을 때마다 다른 환자들은 그녀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저 환자는 왜 저런 옷을 입고 있지?" 하지만 소영에게 그 드레스는 약보다 더 강력한 것이었다.

"처음엔 저도 의심했어요." 소영이 창가에 앉아 말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드레스 자락을 만지작거렸다. "누가 옷으로 암이 나을 거라고 믿겠어요? 하지만 매일 아침 내가 입을 옷을 고르는 순간만큼은 내가 환자가 아니라 평범한 여자로 돌아가는 것 같았어요."

컬러 테라피 패션 병원은 심리학자이자 패션 디자이너인 한지수 박사가 5년 전에 설립했다. 그녀의 이론은 단순했다. 환자들의 옷 입는 자율성을 되찾아주고, 색과 질감을 통해 감정을 치유한다는 것. 의학계에서는 여전히 비웃음을 샀지만, 회복률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미정은 소영의 드레스 끈을 조금 느슨하게 풀어주며 물었다. "오늘은 기분이 어때요?"

"어제보다 나아요. 조금." 소영이 대답했다. 그녀의 다크서클은 여전했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미정은 소영의 차트를 확인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종양이 줄어들고 있었다. 의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속도였다. 하지만 이 병원에서는 이런 '기적'이 흔했다.

저녁이 되자 한 박사가 병실을 방문했다. 그녀는 항상 완벽하게 차려입은 모습이었다. 오늘은 크림색 테일러드 수트에 버건디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다. "내일은 중요한 날이에요, 소영 씨. 어떤 옷을 입고 싶으세요?"

소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제가... 결혼식 때 입으려고 준비해둔 드레스가 있어요. 병이 발견되고 나서 입어볼 기회가 없었죠."

다음 날 아침, 소영은 아이보리색 레이스 드레스를 입고 치료실로 향했다. 병원 직원들이 그녀를 보며 미소 지었다. 환자들은 경외심에 찬 눈으로 바라봤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는 희망의 향기가 남았다.

마지막 항암 치료가 끝나고, 소영은 병실 창가에 앉아 있었다. 저녁 노을이 그녀의 드레스를 금빛으로 물들였다. 미정이 결과지를 들고 들어왔을 때, 소영은 이미 알고 있는 듯 미소 지었다. 사람들은 옷이 병을 치료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때로는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보는지가 몸이 스스로를 어떻게 치유하는지를 결정한다는 것을, 소영은 자신의 피부로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