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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썸타기

패션과 썸타기: 무늬 없는 심장

"사람의 마음은 원래 누더기처럼 이어 붙인 패턴이야." 그녀가 내게 말했던 첫 문장이었다. 패션 매거진 편집장 인터뷰 도중, 채연의 입에서 나온 말은 녹음기보다 내 가슴에 먼저 새겨졌다. 흰색 린넨 셔츠 위로 대충 걸친 빈티지 데님 재킷, 그녀의 스타일은 무심한 듯 완벽했다. 사람들은 그녀의 옷차림을 보고 '내추럴 시크'라고 불렀지만, 나는 그 순간 그녀의 패션이 아니라 말에 반해버렸다.

우리의 관계는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이어졌다. 문자. 전화. 커피 한 잔. 그리고 또 다른 커피 한 잔. 그녀는 내게 패션은 자기표현의 언어라고 했다. 나는 점점 그녀의 말에 빠져들었다. 우리는 말로는 썸이라 부르지 않았지만, 서로의 눈빛이 만날 때마다 공기는 달콤한 텐션으로 가득 찼다.

"오늘 네 셔츠, 파란색이 참 좋다." 어느 날 그녀가 내 옷깃을 살짝 만지며 말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스친 자리가 화상을 입은 것처럼 뜨거웠다. 나는 그날부터 파란색 셔츠만 사 입기 시작했다. 옷장은 서서히 파란 물결로 변해갔다. 패션이라는 것이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봄은 지나고 여름이 깊어갔다. 그녀와 나는 여전히 '그냥 친구'였지만, 나는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더 오래 시간을 보냈다. 그녀의 눈에 들기 위해. 나의 패션 감각은 그녀를 향한 마음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그리고 어느 날, 그녀가 내 아파트로 왔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날이었다. 그녀는 흠뻑 젖은 채 내 문 앞에 서 있었다.

"옷장 좀 구경해도 될까?" 그녀가 물었다. 나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내 옷장을 열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 "파란색만 있네." 그 웃음소리가 내 가슴을 찌르는 것 같았다. "너무 티 나?" 내가 물었다. "사람은 원하는 것을 보이지 않으려 할 때가 가장 많이 드러나." 그녀가 속삭였다.

그날 밤, 우리는 마침내 썸에서 진짜 관계로 넘어갔다. 그녀는 내 파란 셔츠를 걸치고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웠다. 달빛에 비친 그녀의 실루엣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 같았다. "네가 파란색을 입기 시작한 날부터 알고 있었어." 그녀가 말했다. "너의 마음이, 패턴처럼 보였거든."

일 년 후, 그녀는 파리로 떠났다. 패션의 도시로. 내 옷장에는 더 이상 파란색만 있지 않다. 다양한 색상, 다양한 패턴으로 채워졌다. 가끔 그녀가 보내오는 사진 속에서, 그녀는 항상 파란색 셔츠를 입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썸을 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패션은 때로 말보다 더 정직하게 마음을 전한다는 것을. 그리고 썸타기의 진짜 묘미는,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데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