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아내: 마지막 드레스
그녀가 내게 남긴 마지막 선물은 완성되지 않은 드레스였다. 바느질 도중 멈춘 듯한 흰색 실크 원단, 옷핀으로 고정된 패턴들, 그리고 재봉틀에 아직 걸려 있는 실. 마치 소피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자리를 비운 것처럼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소피는 패션 디자이너였다. 아니, 그녀는 '내 아내'였고, 패션은 그녀의 언어였다. 우리가 말다툼을 할 때면, 그녀는 항상 검은색 실크 블라우스를 입었다. 화해할 준비가 되었을 땐 푸른색 원피스를 입었다. 슬플 땐 회색, 행복할 땐 노란색. 그녀의 옷장은 감정의 사전이었고, 나는 20년간 그 언어를 배워왔다.
소피의 갑작스러운 부재 후, 그녀의 작업실은 시간이 멈춘 공간이 되었다. 창문을 통해 스며드는 햇빛 속에서 천 조각들이 춤을 추었고, 색실이 가득한 바구니에서는 여전히 그녀의 향기가 났다. 완성되지 않은 드레스 앞에 서서, 나는 마지막으로 그녀가 이 천을 만지던 순간을 상상했다.
"이건 우리의 25주년 결혼기념일을 위한 거예요." 그녀가 한달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특별한 드레스를 만들고 있어요."
그날 밤, 충동적으로 나는 그녀의 재봉틀 앞에 앉았다. 나는 패션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의 스케치북을 발견했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완성된 드레스의 디자인이 있었다.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흰색 드레스였다. 그리고 옆에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두 번째 첫 데이트를 위해."
다음 날부터 나는 작업을 시작했다. 유튜브 영상을 보며 바느질을 배웠고, 그녀의 오래된 고객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서툴렀지만, 한 땀 한 땀 내딛을 때마다 그녀와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끊어진 실을 잇고, 미완성된 패턴을 완성하며, 나는 그녀가 나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3주 후, 드레스는 완성되었다. 내 기준에선 괜찮아 보였지만, 소피라면 분명 여러 군데 고쳤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그것을 마네킹에 입히고 우리의 결혼 사진 옆에 놓았다.
우리의 결혼기념일 아침, 나는 그녀가 가장 좋아했던 카페로 향했다. 흰색 드레스를 입은 마네킹을 테이블 건너편에 놓고, 그녀가 좋아하던 커피를 두 잔 주문했다.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상관없었다. 이것이 내가 그녀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두 번째 첫 데이트를 약속했으니까," 나는 빈 의자를 향해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카페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드레스를 비추며 반짝였다. 마치 소피가 그 안에서 춤을 추는 것처럼, 천이 살짝 움직이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