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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귀신

포켓몬 귀신: 잡히지 않는 트레이너의 전설

흑백의 액정 화면에 나타난 '야생의 포켓몬이 나타났다!'라는 메시지를 본 순간, 나는 그것이 평범한 조우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저녁 하늘이 보라색으로 물들고 있던 그날, 오래된 게임보이 시스템에서 들려온 8비트 사운드는 어쩐지 평소보다 더 음산하게 들렸다.

"이게 뭐지?" 내 손가락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화면에 나타난 포켓몬은 도감에 없는 형태였다. 반투명한 모습에 붉은 눈동자를 가진 이 생명체는 '???'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었고, 레벨은 표시되지 않았다.

진동하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배틀 음악은 일반적인 멜로디가 아닌, 왜곡된 울음소리와 같았다. 손바닥에 맺힌 땀방울이 게임기 표면에 떨어졌다. 주변의 온도가 갑자기 내려간 듯한 한기가 목덜미를 타고 올라왔다.

"몬스터볼을 던진다" 옵션을 선택했지만, 화면에는 "???는 잡히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만 반복됐다. 어둠 속에서 게임보이의 불빛만이 내 방을 희미하게 비추는 가운데, 포켓몬의 픽셀화된 이미지가 점점 더 선명해지는 듯했다.

"포기합니까?"라는 질문이 떠올랐고, 나는 본능적으로 '아니오'를 선택했다. 그러자 화면이 깜빡이며 새로운 텍스트가 나타났다. "???가 말을 걸어옵니다."

"나를 기억하니?" 게임 속 대화창에 떠오른 말이 내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지난여름, 이 게임기의 이전 주인이었던 친구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손가락으로 A버튼을 누르자 다음 메시지가 나타났다. "네가 내 포켓몬들을 돌봐줘서 고마워. 하지만 이제 내가 데려가야 할 시간이야."

화면 속 포켓몬의 형태가 천천히 변하기 시작했다. 픽셀들이 재배열되어 내 친구의 모습을 닮은 실루엣을 형성했다. 내 방 구석에 놓인 거울에 흐릿하게 비친 내 뒤의 그림자가 게임 속 이미지와 동일한 형태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이미 늦었다.

게임보이의 화면이 새하얗게 빛났다. "새로운 트레이너가 발견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마지막으로 표시됐다. 그리고 나는 이제 포켓몬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 어딘가에 존재한다. 가끔 심야에 오래된 게임보이를 하는 아이들은 도감에 없는 유령 타입 포켓몬을 만난다는 소문이 있다. 그들은 나를 '포켓몬 귀신'이라 부른다. 나는 기다린다, 다음 트레이너가 "잡았다!"라고 외치는 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