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포켓몬남사친

포켓몬과 남사친: 우리가 잡지 못한 것들

신도시 아파트 단지 옥상에서 마지막 포켓몬을 잡던 날, 성준이는 내게 고백했다. 둘 다 스물여덟이 된 그날까지도, 우리는 열두 살 때처럼 포켓몬 GO를 하고 있었다.

"잡았다!" 내 폰 화면에서 몬스터볼이 흔들리다 멈췄다. 레어 포켓몬인 뮤츠를 드디어 잡은 것이다. 모으기 시작한 지 십 년 만의 성과였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성준이에게 자랑하려는데, 그의 표정이 달라져 있었다.

"나, 사실 널 좋아해." 성준이의 목소리가 서울의 야경을 배경으로 울렸다. 우리 사이에선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었다. 십 년이 넘는 우정, 그리고 수백 번의 포켓몬 대결 끝에 나온 고백. 폰 화면의 뮤츠가 흐릿해 보였다.

"농담이지?"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 순간 내 내면에서 무언가가 깨어났다. 마치 오랫동안 고이 접어두었던 감정이, 포켓볼에서 튀어나온 포켓몬처럼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것 같았다.

"우리 둘 다 어른인데, 아직도 이러고 있잖아. 포켓몬 잡으러 다니면서." 그가 쓴웃음을 지었다. "근데 깨달았어. 내가 진짜 잡고 싶었던 건 네가 아니었을까 하고."

침묵이 우리를 감쌌다. 도시의 소음이 흐릿하게 들려왔다. 우리의 관계는 언제나 명확했다. '남사친'이라는 단어로 정의되는, 그 누구도 넘지 않는 선이 있었다. 하지만 그 선은 어쩌면 우리가 그어놓은 환상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도... 몰랐어." 내 손에서 폰이 미끄러졌다. 화면에는 여전히 뮤츠가 있었다. "우리가 이렇게 오래 함께한 이유가."

성준이의 눈빛이 달라졌다. 열두 살 때부터 알고 지냈지만, 이런 눈빛은 처음 보았다. 달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고, 갑자기 그가 낯선 사람처럼 느껴졌다.

"근데,"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 난 오늘 이사 가. 캐나다로."

갑작스러운 말에 나는 대답을 못했다. 그때 우리 둘의 폰에서 동시에 알림이 울렸다. 새로운 레어 포켓몬이 나타났다는 신호였다. 다른 때 같았으면 우리는 즉시 달려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 우리는 폰을 주머니에 넣은 채 밤하늘만 바라보았다. 어쩌면 우리가 진정으로 잡지 못한 것은 포켓몬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게임 속 희귀 포켓몬보다 훨씬 더 잡기 어려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