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병원: 치유의 몬스터볼
"포켓몬의 울음소리가 듣고 싶어서 의사가 되었다는 말은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다." 나는 하얀 가운을 입고 마지막 차트를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병원 복도 끝에서 붉은 비상등이 깜빡이고, 응급실 스피커에서 내 이름이 울려 퍼졌다.
서울 포켓몬 종합병원은 언제나 혼돈의 중심이었다. 특히 오늘 밤은 더했다. 야생 포켓몬 집단 발견 사고로 응급실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처음 보는 종류의 피카츄는 온몸에서 전류가 흘러나와 간호사들이 특수 장갑을 두 겹씩 껴야 했다. 이상한꽃 두 마리는 포자를 뿜어내 의료진 세 명이 졸도했고, 고라파덕 한 마리는 심한 두통에 시달리다 갑자기 초능력을 발휘해 의료 장비 절반을 공중부양시켰다.
"김 선생님, 202호 파이리 환자 체온이 42도까지 올라갔습니다! 산소포화도 떨어지고 있어요!" 수련의가 다급히 외쳤다. 나는 파이리의 병실로 달려갔다. 꼬리의 불꽃이 거의 꺼져가는 파이리를 보며 가슴이 철렁했다. 파이리의 꼬리 불은 생명력을 나타내는 지표였다.
"산소 마스크 빼고, 특수 화염 주입기 가져와요. 레벨 3 화염석 용액 준비하세요." 내 지시가 떨어지자 의료진이 분주히 움직였다. 파이리의 몸은 뜨거웠지만, 생명의 불꽃은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일반 환자와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체온이 높아야 살 수 있는 생명체. 의과대학에서는 절대 가르쳐주지 않았던 지식들을 현장에서 배워야 했다.
화염석 용액이 주입되자 파이리의 꼬리 불꽃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심박수가 안정되고 호흡이 깊어졌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병실 문이 벌컥 열렸다.
"선생님! 응급실에 트레이너가 도착했어요. 심각한 상태입니다!" 간호사가 소리쳤다.
응급실로 달려가자 십대 소년이 들것에 실려 있었다. 온몸은 화상으로 뒤덮여 있었고, 호흡은 가파르게 흔들렸다. 소년의 주머니에서 깨진 몬스터볼 파편이 흘러나왔다. 처음 보는 유형의 포켓몬 화상이었다. 의무기록을 확인하니 그는 숲에서 미확인 포켓몬을 발견해 포획하려 했다가 강력한 화염 공격을 받은 것이었다.
"포켓몬과 인간, 결국 우리는 같은 병실에서 신음하는 환자일 뿐이야." 나는 소년의 화상을 치료하며 생각했다. 그때 소년이 희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 포켓몬은요? 제 리자몽은 괜찮나요?"
아무도 리자몽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병원 도착 시 소년 혼자였다. 그 순간 창밖에서 울려퍼진 포효 소리에 모두가 창가로 몰려갔다. 거대한 리자몽이 병원 주차장에 착륙하고 있었다. 그 등에는 앰뷸런스 출동이 늦어 직접 주인을 병원으로 데려온 흔적이 역력했다. 리자몽의 눈에서는 두려움과 걱정이 읽혔다.
다음날 아침, 소년의 침대 옆에는 특별 허가로 들어온 리자몽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포켓몬 병원의 진정한 치유는 약물이나 수술이 아닌, 그들 사이에 흐르는 보이지 않는 신뢰의 끈에서 시작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