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드라마의 주인공
그녀가 깨달은 것은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을 때만 비명을 지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나는 3년 차 호러 드라마 여주인공이었다. 시청자들은 그녀의 공포에 찬 표정과 날카로운 비명을 보기 위해 금요일 밤마다 TV 앞에 모였다. 오늘도 그녀는 미친 살인마에게 쫓기는 장면을 찍었다.
"컷! 지나, 너무 좋았어. 오늘은 여기까지." 감독의 말에 세트장의 불이 모두 켜졌다. 지나는 가쁜 숨을 내쉬며 먼지 묻은 의상을 털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 안에서 그녀는 목을 만졌다. 비명을 너무 질러 항상 아팠다.
집 문을 열자 어둠만이 그녀를 맞이했다. 불을 켜려 했지만 스위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또 정전이네." 지나는 핸드폰 불빛을 켜며 중얼거렸다. 부엌으로 향하는 그녀의 발걸음 소리가 고요한 집안에 울렸다. 냉장고 문을 열자 차가운 공기가 그녀의 얼굴을 스쳤다. 물 한 병을 꺼내 마시던 중, 뒤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숨소리였다. 분명 그랬다. 지나는 천천히 돌아섰다. 핸드폰 불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누구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다. 대답 대신 들려온 것은 바닥을 긁는 소리였다.
지나는 핸드폰 불빛을 그쪽으로 비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소리는 다시 그녀의 뒤에서 들려왔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마치 무언가가 그녀의 목을 조이는 것 같았다.
현관문으로 달려가려던 그녀의 발이 무언가에 걸렸다. 바닥에 쓰러진 지나는 핸드폰 불빛으로 자신의 발을 본 순간 얼어붙었다. 검은 케이블이 그녀의 발을 감고 있었다. 촬영장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케이블이었다.
그때 집 안의 모든 불이 갑자기 켜졌다. 지나의 눈이 번쩍이는 조명에 적응하려 애쓰는 동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완벽해, 지나! 이번 장면도 너무 자연스러웠어!"
그녀 앞에 감독과 카메라 크루가 서 있었다. 벽에는 초록색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녀가 '집'이라고 생각했던 공간은 완벽하게 꾸며진 세트장이었다. "우리 새 시즌은 '24시간 리얼리티 호러'야. 너는 항상 카메라 안에 있어. 그리고 너는... 주인공이 아니라 진짜 희생자야."
지나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여전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드디어 이해했다. 자신이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공포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카메라가 돌아갈 때만 비명을 지를 수 있는 이유를. 그녀는 더 이상 호러 드라마의 배우가 아니었다. 그녀는 호러 드라마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