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의 집, 이별 뒤에 남은 것
그녀가 떠난 집에서는 벽지가 숨을 쉬었다. 처음엔 미세한 떨림이었다. 손가락 끝으로 벽을 더듬어도 느낌이 없을 정도의 움직임. 그러나 밤이 깊어질수록, 벽은 점점 더 크게 일렁였다. 마치 누군가의 호흡처럼.
정현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향수 냄새가 아직 베개에 남아있었다. 달콤하면서도 쓸쓸한, 라벤더와 바닐라가 섞인 듯한 향. 이별 후 3일, 그는 아직 그녀의 물건을 정리하지 못했다. 화장대 위의 립스틱, 옷장 속 원피스, 욕실의 헤어드라이어까지. 모든 것이 그녀의 흔적이었다.
"나 돌아오지 않을 거야."
마지막 문자메시지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정현은 벽지의 움직임을 다시 확인했다. 이번에는 작은 물결이 벽지 위로 흘러가는 것이 보였다. 그가 미쳐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이것이 이별 후의 환각인가?
밤이 깊어가자 집 안의 소리들이 달라졌다. 냉장고의 웅웅거림은 이제 작은 신음처럼 들렸고,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는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 같았다. "네 잘못이야. 네 잘못." 정현은 귀를 틀어막았지만, 소리는 계속되었다.
욕실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 밑의 다크서클, 며칠째 면도하지 않은 턱, 그리고... 그의 뒤에 서 있는 무언가. 정현은 숨을 멈췄다. 거울 속에는 분명 그의 뒤에 무언가가 있었다. 여자의 형체, 하지만 얼굴은 없었다.
휴대폰을 집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울리는 동안, 벽지의 움직임이 더 격렬해졌다. 갑자기 거실에서 쿵 소리가 들렸다. 정현은 천천히 거실로 향했다. 바닥에는 그녀의 사진이 담긴 액자가 깨져 있었다.
전화는 계속 연결되지 않았다. 그때 이름 모를 번호에서 문자가 왔다.
"나를 찾지 마. 그곳을 떠나."
정현은 메시지를 보내는 이가 그녀인지 의심스러웠다. 또 다른 메시지가 도착했다.
"집이 널 원하지 않아."
그 순간, 모든 전등이 깜빡이더니 꺼졌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정현은 숨소리를 들었다.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숨소리를. 그는 더듬더듬 현관으로 향했다. 문고리를 잡는 순간, 귓가에 속삭임이 들렸다.
"이별은 끝이 아니야... 이제 시작이지."
정현은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뒤돌아보니 창문에 그녀의 실루엣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그것이 진짜 그녀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더 무서운 사실은, 아마도 그는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점이었다. 이별의 고통보다 더 강한, 저 어둠의 매력에 이끌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