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손님: 호텔에서 만난 남사친
체크인 카운터에서 그를 발견했을 때, 내 심장은 순간 멈춘 것 같았다. 10년 만에 만난 그는, 내 호텔의 마지막 손님이었다.
"정수현 씨, 1307호 준비됐습니다." 내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그가 알아차렸는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키카드를 건네며 우리의 손이 스치자, 오래된 필름이 되감기 듯 대학 시절의 기억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민지? 정민지 맞아?" 그의 눈이 커지며 미소가 번졌다. "와, 정말 우연이네. 여기서 일하는 거야?"
호텔 프론트 데스크의 차가운 대리석 위에 내 손가락이 긴장으로 움직였다. 내일이면 이 호텔은 철거되고, 나는 5년간의 매니저 생활을 마감한다. 그리고 하필 오늘, 마지막 날, 그가 나타났다.
"이 호텔 내일 문 닫아. 너가 마지막 손님이야." 나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로비의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희미하게 반짝이는 가운데, 그는 "그럼 오늘 밤엔 특별 서비스가 있겠네?"라며 농담을 건넸다. 한때 가장 가까운 남사친이었던 그가, 이제는 낯선 손님이 되어 서 있었다.
이십 대 초반, 우리는 모든 것을 나누었다. 시험 스트레스, 연애 상담, 그리고 미래에 대한 끝없는 고민들. 그는 항상 내 곁에 있었고, 나는 그저 '좋은 친구'였다. 적어도 내가 그렇게 자신을 속이기로 했었다.
"옥상 바에서 한잔할래? 마감했지만... 예외로." 내 입에서 나온 말에 내가 더 놀랐다.
호텔의 옥상 바는 도시의 불빛이 별처럼 반짝이는 최고의 전망을 자랑했다. 와인 한 잔을 기울이며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해외 생활, 사업 실패,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용기에 대해. 그의 눈에는 과거의 장난기 대신 경험의 깊이가 담겨 있었다.
"알고 있었어?" 그가 갑자기 물었다. "네가 날 좋아했다는 거."
와인이 목에 걸려 기침을 했다. 밤바람이 불어와 내 뺨을 차갑게 만들었지만, 얼굴은 뜨거웠다.
"그래서... 고백을 안 했어." 그가 계속했다. "네가 너무 소중했거든. 우정을 망치기 싫었어."
웃음이 나왔다. 그토록 감추려 했던 비밀이 서로에게 똑같은 이유로 봉인되었다니. 시간은 우리에게 서로 다른 길을 걷게 했지만, 이 순간만큼은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 같았다.
"이번에 한국에 정착할 생각이야." 그의 말에 가슴이 조금 빨라졌다.
호텔의 마지막 밤, 우리는 과거의 타이밍 실패에 대해 웃으며 미래의 가능성에 건배했다. 어쩌면 이 호텔의 끝은 무언가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내일 아침, 그가 체크아웃할 때 우리는 새로운 페이지를 펼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