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부모님: 체크아웃 하지 않은 사랑
아버지는 죽은 지 삼 년이 되는 날에도 어김없이 호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드셨다. 물론 그건 내가 상상한 일이다. 로비에 들어서자 너무나 익숙한 향수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아버지가 평생 고집했던 그 향이 여기서 날 줄은 몰랐다.
"김현우 님, 어서 오세요. 부모님께서 이미 도착하셨습니다."
프런트 데스크 직원의 말에 나는 얼어붙었다.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안내를 따라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치매로 요양원에 계신데, 어떻게 그들이 여기에...
테이블에 다가가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창가 자리에 앉아계신 두 분. 아버지는 늘 그렇듯 완벽한 정장 차림이었고, 어머니는 내가 스물 살 생일에 선물했던 진주 목걸이를 하고 계셨다. 그들 앞에는 증기가 모락모락 오르는 식사가 놓여 있었다.
"늦었구나, 현우야." 아버지의 목소리는 생전 그대로였다.
나는 자리에 앉았다. 손이 떨려 메뉴판을 제대로 잡을 수 없었다. 창밖으로는 서울의 야경이 빛났다. 이 호텔의 25층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언제나 아름다웠다.
"이 호텔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기억하니?" 어머니가 물으셨다. 그녀의 눈에는 치매의 흔적이 전혀 없었다. 맑고 또렷했다.
사실 우리 가족은 이 호텔과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부모님은 이곳에서 처음 만나셨고, 나는 이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태어났다. 갑작스러운 진통으로 병원에 갈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아버지의 사업이 번창하던 시절, 우리는 매주 일요일 이곳에서 가족 식사를 했다.
"너의 결혼식도 여기서 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단다," 아버지가 와인 잔을 들어올리며 말씀하셨다.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들은 너무나 실제 같았고, 부모님의 웃음소리는 내 어린 시절의 기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다.
"호텔이 뭔지 아니, 현우야?" 갑자기 아버지가 물으셨다.
내가 대답하기 전에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사람들이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지."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셨다. "인생도 호텔 같아. 우리 모두 체크인했다가 언젠가는 체크아웃하지.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거야."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프런트에 들러 물었다. "오늘 저와 함께 식사하신 부모님은 어디로 가셨나요?"
직원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손님께서 혼자 오셨는데요?"
다음 날, 요양원에 들렀을 때 간호사가 말했다. "어제 어머님이 처음으로 남편분 이름을 부르셨어요. 그리고 이상하게도 호텔 레스토랑에서 아들을 만났다고 하셨죠."
그때 나는 깨달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결코 완전히 체크아웃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은 우리의 기억이라는 호텔에 영원히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