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썸타기: 층간의 거리
1103호에서 1203호까지는 천장 한 장의 거리였지만, 그 사이에 놓인 감정의 간극은 측량할 수 없었다. 오늘 밤도 나는 호텔 침대에 누워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가끔은 바닥을 쓸듯 끌리는 소리, 때로는 경쾌한 리듬감이 있는 걸음걸이. 그 발소리의 주인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상상하는 것이 이제는 나의 밤 습관이 되었다.
출장이 잦은 나는 이 특급 호텔의 단골이 된 지 오래다. 항상 1103호를 요청하는 이유를 프론트 직원은 모를 것이다. 그들이 안다면 내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같은 시간에 체크인하는 이유도 알게 될 테니까. 출장 일정을 조율하면서까지 이 시간을 맞추는 것은 오직 1203호의 그녀 때문이었다.
처음 그녀를 본 것은 한 달 전, 엘리베이터에서였다. 그녀가 12층 버튼을 누를 때, 나는 무의식적으로 11층 버튼을 눌렀다. 잠깐의 대화, 우연히 같은 요일에 이 호텔을 찾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나의 화요일과 목요일은 달라졌다. 로비에서 우연을 가장한 만남, 저녁 식사 초대, 로비 바에서의 한 잔. 호텔이라는 익명성 뒤에 숨어 우리는 서로에게 다가갔다 물러났다 하는 썸의 춤을 추고 있었다.
"직원들이 알아챌까 봐 같은 층은 피하는 게 좋겠어요." 그녀의 말에 나는 순순히 11층을 선택했다. 그렇게 시작된 층간의 교류. 때로는 문자로, 때로는 호텔 내부 전화로 연락하며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다.
오늘 밤도 나는 천장을 바라보며 그녀의 움직임을 추적했다. 발소리가 멈추고 침대 스프링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면, 나는 그녀도 나처럼 누워있다고 상상했다. 어쩌면 그녀도 지금 바닥을 통해 나의 기척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 내 휴대폰이 울렸다. "내일 아침 체크아웃하기 전에 뵐 수 있을까요? 로비 카페에서." 그녀의 메시지였다. 이제껏 우리는 다음 만남을 정확히 약속한 적이 없었다. 항상 우연을 가장했고, 각자의 일정이 끝난 후에야 연락했다. 명확한 약속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음 날 아침, 로비 카페에서 그녀는 평소와 다른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이번 주가 마지막 출장이에요. 회사를 옮기게 됐어요." 그녀의 말이 호텔 로비를 가득 채웠다. 어쩌면 우리의 관계는 이 호텔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특별한 썸이었는지도 모른다. 실제 세계로 나가면 사라질 환상 같은.
그녀는 작별인사 대신 명함을 건넸다. 새 회사 주소와 개인 번호가 적힌. "이제 호텔 밖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그녀의 질문에 나는 대답 대신 내 명함을 꺼냈다. 1103호와 1203호 사이의 거리는 이제 끝나려 하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더 이상 1103호를 찾지 않는다. 그러나 가끔, 호텔 천장을 바라볼 때면, 한 층 위에서 들려올 법한 그녀의 발소리를 그리워한다. 어쩌면 썸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서로의 경계를 조심스레 탐색하는 기간, 마치 호텔의 층과 층 사이처럼 분리되어 있지만 언제든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