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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아내

호텔 아내: 가장 완벽한 체크아웃

호텔 방 429호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나는 그녀를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다. 그 사실이 이상하게도 안도감으로 다가왔다. 6년간의 결혼 생활, 그리고 내 인생의 마지막 17시간을 함께 보낸 아내는 이제 그저 복도 저편의 기억일 뿐이다.

우리가 이 호텔을 선택한 건 아내의 제안이었다. 1930년대에 지어진 이 건물은 도시의 중심가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위치해 있었고, 로비의 대리석 바닥과 오래된 샹들리에는 과거의 화려함을 보존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우리의 관계도 다시 빛날 수 있을까? 체크인할 때 그녀의 눈에 담긴 기대를 읽었지만, 난 이미 결정을 내린 후였다.

"오늘만큼은 휴대폰 좀 내려놓으면 안 될까?" 미니바에서 꺼낸 와인을 따르며 그녀가 물었다. 창문으로 비치는 도시의 불빛이 그녀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녀가 내 것으로 보이는 와인잔을 침대 옆 테이블에 놓았을 때, 난 그저 미소만 지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그녀는 우리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대학 도서관에서 우연히 같은 책을 찾던 순간. 그때는 모든 것이 가능성으로 가득했다. 이제 우리 사이엔 말없는 공허만 남아있었다. 그녀의 숨소리가 점점 느려지고, 와인에 섞인 수면제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새벽 3시, 그녀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고, 나는 조용히 일어나 가방을 챙겼다. 여권, 현금, 새 신분증. 모든 준비는 완벽했다. 호텔 방을 둘러보니 내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의 이마에 마지막 입맞춤을 하고 문을 열었다.

"떠나려는 거야?"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얼어붙었다. 침대에서 일어난 그녀는 내 가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은 선명하게 깨어 있었다.

"수면제는 내가 마셨어, 당신 잔에 있던 거. 우리 잔을 바꿔놨거든."

그녀는 웃었다. 내가 본 적 없는 웃음이었다.

"난 당신이 사라지려는 계획을 세운 지 몇 달 전부터 알고 있었어. 당신 메일, 당신이 모으던 현금, 새 신분증까지. 하지만 난 준비가 다 됐을 때 당신이 어떻게 행동할지 보고 싶었어."

그녀는 침대 옆 서랍에서 봉투 하나를 꺼냈다.

"이건 이혼 서류야. 서명만 하면 돼. 그리고 이건..." 그녀가 다른 봉투를 건넸다. "내가 당신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이야. 당신이 정말로 사라지고 싶다면, 나는 방해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다시는 내게 돌아오지 마."

이제 복도에 혼자 선 나는 손에 든 두 개의 봉투를 바라본다. 어쩌면 내가 진짜로 알지 못했던 사람은 아내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나는 선택을 해야 한다. 새 삶으로 내려갈 것인가, 아니면 429호로 돌아가 처음으로 아내를 정말 만나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