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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병원

화장품으로 가득 찬 병원: 아름다움을 의뢰받은 의사들

화장품 냄새가 소독약 냄새를 덮은 병실에서 눈을 떴을 때, 나는 처음에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아닌, 완벽한 메이크업을 한 여성이 차트를 들고 내 침대 앞에 서 있었다.

"김서연 씨, 의식이 돌아오셨군요. 저희 '뷰티 메디컬 센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포토샵으로 보정된 것처럼 완벽했다.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불편했다. 병실 벽에는 약품 선반 대신 색색의 화장품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고, 링거액 대신 투명한 액체가 담긴 핑크색 병이 내 팔에 연결되어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죠?" 내 목소리는 모래를 문지른 것처럼 거칠었다.

"기억나지 않으세요? 당신은 '퍼펙트 스킨' 캠페인의 자원자였어요. 세계 최초로 화장품과 의학이 완벽하게 결합된 시술을 받으셨죠."

기억이 천천히 돌아왔다. 나는 화장품 회사 신제품 테스터였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건 새로운 '영원한 아름다움' 세럼을 피부에 바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온몸이 불타는 듯한 통증...

"거울 좀 볼 수 있을까요?" 내 목소리는 떨렸다.

그녀는 망설이는 듯했지만, 서랍에서 작은 손거울을 꺼내 건넸다. 거울을 들어올리자 낯선 얼굴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눈은 여전히 갈색이었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이 달랐다. 피부는 마치 도자기처럼 매끄럽고 빛났으며, 입술은 더 도톰해졌고, 광대뼈는 더 높아져 있었다.

"이게 무슨..." 거울이 내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걱정 마세요. 완벽하게 성공한 시술이에요. 당신은 이제 우리의 '살아있는 화장품'이 되셨어요. 당신의 피부 세포는 이제 우리 제품의 성분을 직접 생산합니다. 노화가 멈췄어요. 당신은 이제 영원히 아름다울 거예요."

그때 병실 문이 열리고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들어왔다. 유일하게 '의사'처럼 보이는 사람이었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이군요, 박 박사님." 그가 차트를 확인하며 말했다.

"사실은..." 여자가 망설이며 말했다. "부작용이 있어요. 그녀의 피부는 이제 우리 제품에 중독되었어요. 4시간마다 우리 제품을 바르지 않으면..." 그녀는 말끝을 흐렸다.

남자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그녀를 여기 입원시켜야겠군요. 영원히."

나는 공포에 질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제야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병실 창문에는 철창이 있었고, 문에는 보안 잠금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병실 문 너머로, 나와 똑같이 완벽한 얼굴을 한 여성들이 복도를 서성이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텅 비어 있었고, 그들의 피부는 불자연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내 팔에 연결된 핑크색 액체가 떨어질 때마다, 나는 이상하게 행복감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알았다 - 내가 이 화장품 병원의 영원한 환자가 되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