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부모님: 거울 속 사라진 얼굴
엄마의 화장대 서랍을 열었을 때, 나는 처음으로 부모님의 비밀을 발견했다. 크림 통 안에서 부모님은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그날은 내 스물다섯 번째 생일이었다. 엄마는 매년 생일마다 화장품 하나를 선물해왔는데, 올해는 어쩐 일인지 연락이 없었다. 두 달 전부터 부모님과의 통화가 갑자기 뜸해졌고, 집에 찾아가도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부재중이었다. 걱정 끝에 예비 열쇠로 들어간 부모님 집은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기괴했다.
"엄마? 아빠?" 집 안은 메아리만 돌아왔다.
엄마의 화장대에 앉아 거울을 바라보니 내 얼굴이 엄마를 닮아가는 것이 선명히 보였다. 화장대 위에는 내가 어릴 때부터 보아온 크림들, 파운데이션들, 그리고 항상 엄마가 쓰던 향수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 익숙한 화장품들 사이에서 본 적 없는 크림 하나가 눈에 띄었다. 투명한 유리병에 담긴 분홍빛 크림, 라벨에는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뚜껑을 열자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향이 코를 찔렀다. 크림 표면에는 작은 종이가 있었다. '생일 축하한다. 이젠 네가 우리를 기억해야 할 차례야.' 이해할 수 없는 메시지였다. 손가락으로 크림을 살짝 건드리자, 그 안에서 무언가 움직였다. 좀 더 크림을 휘저으니 놀랍게도 작은 인형 같은 것이 보였다. 아니, 인형이 아니었다. 동전만한 크기로 줄어든 엄마와 아빠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엄마? 아빠? 이게 무슨..."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깜짝 선물이지?" 작아진 엄마가 말했다. "우리 가족은 대대로 이렇게 자식에게 삶을 물려주었어. 내 부모님도 이 화장품에 들어갔고, 그 부모님도..."
아빠가 덧붙였다. "네 피부에 바르면 우리의 모든 기억과 지혜가 너에게 흡수돼. 그리고 우리는 영원히 네 일부가 되는 거지."
창백해진 내 얼굴이 거울에 비쳤다.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내가 받아온 모든 생일 선물 화장품들에는 조부모, 증조부모, 그리고 더 오래된 조상들의 삶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주름, 그들의 웃음, 그들의 눈물까지도.
손에 든 크림을 내려다보았다. 이것을 바르면 부모님은 사라지고, 나는 그들의 모든 것을 이어받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또한 언젠가 내 아이에게 같은 운명을 물려주는 시작이기도 했다. 거울 속 내 얼굴은 이제 엄마의 얼굴과 겹쳐 보였다. 그리고 언젠가는 내 아이의 얼굴과도 겹쳐질 것이다. 화장품 병을 다시 닫으며, 나는 모든 세대가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 앞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