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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재밌는

화장품의 재밌는 비밀

화장대 거울 앞에서 윤서가 새 화장품 뚜껑을 열었을 때, 그녀는 자신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당신의 진짜 얼굴을 보여드립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크림 용기에서 은은한 파스텔 빛 안개가 피어올랐다.

"뭐야 이거?" 윤서가 놀라 뒤로 물러서는 순간, 안개는 그녀의 얼굴을 감싸안았다. 시원한 민트향이 코끝을 간지럽혔고, 피부에 닿는 감촉은 솜사탕처럼 부드러웠다. 그러나 놀라움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거울 속 윤서의 얼굴이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다섯 살 때 생일 케이크 앞에서 웃던 모습, 열두 살 첫 여드름으로 울던 얼굴, 스무 살 첫사랑에 설레던 표정... 그녀의 인생이 거울 속에서 영화처럼 흘러갔다.

"이게 다 뭐야?" 윤서가 떨리는 손으로 거울을 만졌다. 화장품 용기를 자세히 살펴보니 작은 글씨로 쓰인 문구가 보였다. '당신이 잊고 있던 모든 표정을 기억합니다. 당신의 진짜 아름다움은 완벽한 피부가 아니라 그 모든 감정에 있습니다.'

윤서는 웃음을 터뜨렸다. 얼마나 오랫동안 자신의 표정을 억압하고 살았던가. 주름이 생길까 웃지 않고, 피부가 망가질까 울지 않고, 늘 완벽해 보이려 애쓰며 살았다. 그 모든 걱정이 우스워졌다.

그날 이후 윤서는 매일 그 크림을 사용했다. 놀랍게도 사용할 때마다 다른 기억이 떠올랐다. 어떤 날은 잊고 있던 할머니의 품 냄새가 느껴졌고, 어떤 날은 첫 자전거를 탔을 때의 짜릿함이 전해졌다. 화장품은 마법처럼 그녀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되살려냈다.

한 달이 지났을 때, 윤서는 크림이 바닥나고 있음을 발견했다. 당황한 그녀는 구매처를 찾아 헤맸지만, 그 화장품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마지막 남은 크림을 손가락에 덜어 바르며 윤서는 한숨을 쉬었다.

그때였다. 거울 속에 낯선 여자가 나타났다. 윤서와 비슷한 나이지만 훨씬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이제 알겠니?" 여자가 말했다. "네 안에 있던 거야, 항상."

윤서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가 다시 거울을 보았다. 거기엔 그저 자신의 모습만 있었다. 하지만 달라진 게 있었다. 그녀의 눈빛이, 표정이, 미소가 달랐다. 마치 내면에 빛이 켜진 것처럼.

지금도 윤서는 가끔 그 화장품이 정말 존재했는지 의문이 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 재밌는 사건 이후, 그녀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볼 때마다 자신에게 물어본다. "오늘은 어떤 표정으로 세상을 만날까?" 그리고 빈 화장품 용기는 아직도 그녀의 화장대 한쪽에 자리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쓸모없는 용기일지 모르지만, 윤서에게는 가장 재밌고 소중한 비밀을 담은 보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