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의 이면: 한 회사의 비밀
그녀가 화장대 거울에 얼굴을 가까이 했을 때, 처음으로 변화를 알아챘다. 미세한 광채가 피부 깊숙이 스며들어 빛나고 있었다. 단순한 화장품 효과로 치부하기엔 너무도 기이했다.
"루미나 세럼, 당신의 피부에 별빛을 담다." 은색 패키지에 새겨진 문구를 다시 읽으며 유리나는 손가락으로 볼을 어루만졌다. 냉장고에서 꺼낸 듯 차갑던 액체가 피부에 닿는 순간 따뜻하게 변했던 감각이 떠올랐다. 루미나 코스메틱스의 이 새로운 라인은 출시 일주일 만에 전국 매장에서 품절 사태를 빚었고, 그녀는 운 좋게 마지막 한 병을 손에 넣었다.
화장품 회사 마케팅팀에서 일하는 그녀는 경쟁사 제품 분석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제품 성분표에 기재된 'LX-7'이라는 생소한 성분이 그녀의 직업적 호기심을 자극했다. 구글링해도 나오지 않는 이 성분의 정체를 파헤치는 것이 이번 주 그녀의 미션이 되었다.
루미나 코스메틱스 본사 앞. 유리나는 기자로 위장해 건물에 들어섰다. 사내 투어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화려한 로비, 세련된 연구실, 그리고 완벽하게 정제된 제조 공정까지.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의심스러웠다.
"화장실이 어디인가요?" 투어 중간에 빠져나온 그녀는 지하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발견했다. 보안 카드가 필요했지만, 마침 퇴근하는 직원이 카드를 찍고 들어가는 틈을 타 함께 승강기에 올랐다. 그 직원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지만, 유리나는 능숙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하 3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형광등 불빛 아래 끝없이 이어진 복도가 나타났다. 공기 중에는 소독약 냄새와 함께 희미한 꽃향기가 섞여 있었다. 복도 끝, 반투명 유리문 너머로 푸른빛이 새어 나왔다.
그곳에서 본 광경은 그녀의 피부에 돋아난 소름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거대한 수조 속에서 빛나는 해파리들. 그것도 지구의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든 형태로. 해파리에서 추출된 액체가 파이프를 통해 작은 병들로 옮겨지고 있었다. 그 병들에는 그녀가 쓰고 있는 것과 똑같은 '루미나 세럼'이라는 라벨이 붙어 있었다.
"흥미롭죠?"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그녀는 얼어붙었다. 회사 CEO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의외로 친절했다. "LX-7은 우리가 발견한 특별한 종의 생체 발광 단백질입니다. 효과는 놀랍지만... 부작용도 있죠."
그날 밤, 거울 앞에 선 유리나는 얼굴에서 빛나는 점들이 늘어난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피부 아래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느낌. 당황한 그녀가 세럼 병을 집어들자,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미세한 글씨가 바닥에 적혀 있었다. "루미나 세럼, 당신의 피부에 별빛을... 그리고 우리의 씨앗을 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