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금단의 간식
회사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김 과장은 그것을 발견했다. 빨간 리본으로 포장된, 다른 사람의 이름이 적힌 고급 초콜릿 상자. 그 순간 김 과장의 위장에서 울리는 소리는 양심의 소리보다 훨씬 컸다.
"지금이 새벽 두 시인데, 누가 알겠어?"
밤샘 업무로 지친 그의 손가락이 리본을 향해 움직였다. 사무실은 고요했고, 형광등 불빛만이 그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초콜릿 한 조각을 입에 넣자 카카오의 풍부한 향과 부드러운 달콤함이 혀끝에서 녹아내렸다. 너무나 오랜만에 느끼는 작은 사치였다.
다음 날, 사무실에 들어서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회의실 유리창에는 대형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었고, 화면에는 냉장고 앞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이 선명했다. 간식을 훔치는 순간의 생생한 영상이었다.
"우리 회사의 새로운 보안 카메라 테스트 결과입니다. 김 과장님이 친절하게 시연해주셨네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이상하게도 분노나 수치심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새벽 두 시, 타인의 간식을 훔치는 삼십대 중반의 대리. 그의 인생이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
"죄송합니다. 제가 원래 주인에게 새 것으로 보상하겠습니다."
그런데 웃음소리 속에서 마케팅팀 박 대리가 일어났다. "사실 그 초콜릿은 제가 일부러 놓아둔 겁니다. 지난 3개월 동안 야근하시는 분들을 위해 매주 금요일마다 간식을 채워뒀는데, 누구도 손을 대지 않더라고요. 다들 '남의 것'이라 생각해서요."
회의실이 다시 조용해졌다. 박 대리가 테이블 위에 큰 상자를 올려놓았다. "오늘부터는 회사 간식입니다. 모두의 것이니 편하게 드세요."
그날 이후, 회사의 냉장고는 직원들의 이름이 적힌 간식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위한 작은 배려가 되어,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나누는 순간들이 생겨났다. 김 과장은 간식 도둑에서 '간식 문화 혁신가'라는 농담 섞인 별명을 얻었다. 가끔 그는 생각한다. 인생의 가장 달콤한 변화는 때로 가장 부끄러운 순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