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과자 분배법
남들이 불행해야 내가 행복해진다는 게 우리 회사의 불문율이었다. 모두가 감지하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그런 종류의 진실. 과자 하나를 두고도 우리는 치열한 생존 게임을 벌였다.
"오늘도 회의실에 과자 준비됐습니다." 팀장님의 메시지가 단체 채팅방에 떴다. 핸드폰 화면을 보는 순간, 내 위장이 소리 없이 경련을 일으켰다. 어제 점심을 굶었고, 오늘 아침도 커피 한 잔으로 때웠다. 월급날까지 사흘. 회의실의 과자는 내게 오아시스나 다름없었다.
회의실 문을 열자 형광등 아래 반짝이는 과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허니버터칩, 꼬북칩, 프링글스, 오레오. 모두 개봉된 채 접시에 담겨 있었다. 하나도 아낌없이 먹어도 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풍요로움.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팀장님이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을 뿐, 이 과자들은 비밀스러운 평가의 도구였다.
"너무 많이 먹는 사람은 절제력이 없다고 평가돼." 신입사원 시절, 선배가 내 귀에 속삭였던 말이 떠올랐다. "하나도 안 먹으면 팀워크가 부족하다고 해. 골고루 조금씩 먹어야 균형 잡힌 사람으로 보여."
자리에 앉자 모두의 시선이 과자 접시에 고정됐다. 아무도 먼저 손을 뻗지 않았다. 은밀한 눈빛이 오갔다. 과자를 향한 시선 속에는 배고픔보다 더 복잡한 감정이 있었다. 두려움, 계산, 탐욕, 체념.
마침내 김 대리가 허니버터칩 한 조각을 집어 들었다. 그녀는 그것을 입에 넣기 전, 마치 무언가를 확인하듯 팀장님을 힐끗 쳐다봤다. 팀장님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제야 그녀는 안심한 듯 과자를 먹었다.
차례차례 모두가 정확히 두 조각씩 과자를 집어 먹었다. 내 차례가 왔다. 배고픔이 이성을 흐리게 했다. 셋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 네 조각은? 아니, 과자 봉지째 들고 나가면?
결국 나도 두 조각만 집었다. 입 안에서 녹아내리는 달콤함이 공허한 위장을 자극했다. 더 먹고 싶었지만, 그건 회사의 불문율을 깨는 일이었다.
회의가 끝나고 모두가 자리를 떠났을 때, 과자 접시는 여전히 반 이상 남아있었다. 팀장님이 먼저 나가셨고, 나는 회의실에 혼자 남았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 남은 과자들은 어디로 갈까?
그날 저녁, 청소 아주머니가 쓰레기통에 버려진 과자 봉지들을 발견했다. 반 이상 남아있던 모든 과자가 그대로 버려진 것이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오늘도 똑같네." 그리고 고개를 저으며 사무실의 불을 하나씩 껐다.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이 뚜렷해졌다가, 완전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