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병원: 닫힌 문 너머의 진실
회사에서 출근 버튼을 누른 지 3초 만에 나는 쓰러졌다. 형광등이 일렬로 늘어선 천장이 보이고,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누군가 내 얼굴 위로 몸을 숙였다.
"김 대리님, 정신이 드세요? 괜찮으세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우리 회사 신입사원 박지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왜 의사 가운을 입고 있는 걸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몸이 내 명령에 반응하지 않았다. 손목과 발목의 차가운 감촉. 내가 침대에 묶여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진정하세요. 다시 발작이 올 수 있어요."
발작? 무슨 소리지? 나는 어제도, 지난주도, 그 전 달도 회사에서 정상적으로 일했다. 매일 아침 7시 기상, 8시 30분 출근, 저녁 10시 퇴근. 모니터 앞에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회의에 참석하고, 상사의 지시를 받았다. 모든 게 완벽했다.
"김 대리님, 당신은 지난 2년간 이곳에 입원해 계셨어요. '회사 증후군'이라는 희귀 정신질환을 앓고 계시죠.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회사와 동료들을 만들어내며 그 안에서 살고 계세요."
박지현... 아니, '박 의사'라는 사람의 말은 터무니없었다. 어떻게 내 삶 전체가 환상일 수 있단 말인가? 내 책상, 내 컴퓨터, 우리 팀장님의 날카로운 지적, 야근 때 함께 치킨을 먹던 동료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회색 빌딩숲이 아니라 병원 정원이었다. 벽에 걸린 달력은 2년 전 날짜에 멈춰 있었다. 내 팔에는 수많은 주사 자국이 있었다.
"치료가 효과를 보이고 있어요. 오늘처럼 현실을 인식하는 순간이 점점 늘고 있어요. 조금만 더 힘내세요."
그녀는 차트에 무언가를 적고 나가려 했다. 문득 그녀의 목에 걸린 ID 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세브란스 정신건강의학과 박지현 전공의'. 하지만 ID 사진 속 그녀는 내가 알던 그녀가 아니었다.
"잠깐만요..."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럼 제 상사, 동료들은... 모두 제 머릿속 상상이라는 거죠?"
박 의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서랍에서 폴더를 꺼냈다. 그 안에는 신문 기사가 있었다. '중소기업 모비스전자, 대형 화재로 전 직원 사망.' 기사 날짜는 정확히 2년 전이었다. 목록에 적힌 희생자 중에 내 이름은 없었지만, 내가 아침마다 인사하던 경비 아저씨부터 매일 야근을 강요하던 팀장까지, 모든 '동료'의 이름이 거기 있었다.
"당신은 유일한 생존자예요. 화재 당시 지각해서 살아남았죠. 그 죄책감이 당신을 이곳으로 데려왔어요."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은 깊은 화상 흔적으로 뒤덮인 얼굴이었다. 그제서야 기억이 흐릿하게 떠올랐다. 나는 늦잠을 자서 달려가던 중이었다. 검은 연기가 회사 건물을 뒤덮고 있었고, 나는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 후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박 의사가 떠난 후, 나는 손목의 구속대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마치 회사의 타임카드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어쩌면 이 병원도, 이 의사도 모두 내 망상일지 모른다는 것을. 화재 속에서 동료들을 구하지 못한 내 마음이 만든 또 다른 현실일지도.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회사로 돌아가야 할지, 아니면 이 병원에서 깨어나야 할지, 더 이상 확신할 수 없었다. 유일하게 확실한 건, 두 세계 모두에서 나는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한 채 갇혀 있다는 사실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