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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부모님

회사와 부모님 사이: 등불을 찾아서

지하철역에서 부모님과 통화하면서 회사에 지각했다고 거짓말을 하는 순간, 내 인생의 모든 거짓말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어머니, 네... 회사에서 급한 일이 생겨서요. 이번 주말에는 못 갈 것 같아요." 내 목소리는 흔들림 없이 전화기를 타고 흘러갔다. 지하철 노선도를 바라보며 나는 홍대입구역이 아닌 김포공항행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화려한 조명의 클럽 포스터가 벽에 붙어있고, 주말을 즐기려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나는 등산복 차림의 부모님을 떠올렸다.

사실 회사는 한 달 전에 그만두었다. 스타트업의 불안정한 급여와 끝없는 야근에 지쳐 사표를 던졌지만, 부모님께는 아직 말하지 못했다. 매주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걸려오는 전화. "이번 주말엔 올 수 있니?" 그때마다 회사를 핑계 삼아 거절했다.

어머니의 목소리에서는 실망감이 느껴졌다. "그래, 바쁘면 어쩔 수 없지. 아버지가 허리가 많이 안 좋으셔서..." 통화는 거기서 끊겼다. 신호가 약하다는 핑계를 대며 나는 전화기를 껐다. 주변의 소음이 갑자기 커진 것 같았다. 귀에 이어폰을 꽂았지만, 어머니의 마지막 말이 계속 맴돌았다.

김포행 열차에 오르며 창밖을 바라봤다.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처럼 나의 2년차 직장 생활도 순식간에 흘러갔다. 대학 졸업 후 취업한 회사는 부모님의 자랑거리였다. "우리 아들, 서울에서 좋은 회사 다녀!" 어머니는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내 명함을 보여주셨다고 했다. 그런 부모님께 실패를 인정할 수 없어 거짓말을 택했다.

열차가 중간역에 멈추자 노부부가 탔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팔짱을 부드럽게 잡아주며 자리를 찾았다. 그들을 보며 문득 부모님의 나이가 떠올랐다. 아버지는 이제 일흔, 어머니는 예순여덟. 언제부터 그들의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했는지, 언제부터 아버지의 허리가 굽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켜자 부모님과 찍은 마지막 사진이 배경화면에 떠올랐다. 작년 설날, 세 명이서 찍은 사진이었다.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함께 있지 않았다는 깨달음이 밀려왔다. 손가락으로 어머니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화면은 차갑기만 했다.

김포공항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탑승구로 향하는 대신 다시 열차에 올랐다. 서울역에서 내려 지방행 KTX 티켓을 구매했다. 그리고 문자를 보냈다. "어머니, 오늘 저녁에 집에 갈게요. 회사 그만뒀어요. 말씀드릴 게 많아요."

기차 좌석에 앉아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도시를 바라봤다. 오히려 마음은 점점 가벼워졌다. 회사를 잃었지만, 부모님을 되찾는 기분이었다. 서울의 불빛이 멀어질수록 고향의 등불이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가장 어두운 밤에도 집으로 가는 길을 밝혀주는 그 등불을. 나는 이제야 찾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