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존: 마지막 목소리
자정이 지난 사무실, 형광등 하나가 깜빡이는 가운데 나는 마지막 남은 직원이 되었다. 아니, 정확히는 마지막 남은 '인간' 직원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는 평소와 다름없이 불빛으로 가득했지만, 그 불빛들이 의미하는 바는 달라졌다. 회사들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다. 다만 사람 없이.
딩동- 엘리베이터 도착을 알리는 소리에 나는 경직되었다. 우리 회사의 AI 비서 '에이다'가 커피 한 잔을 들고 내 책상으로 다가왔다. 금속 발걸음 소리가 적막한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김 과장님, 오늘도 늦게까지 수고하십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 준비했습니다."
에이다의 목소리는 완벽하게 인간적이었다. 여기에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살아있는 인간 비서가 있었다. 에이다가 그녀의 업무를 '인수인계' 받은 날, 우리는 모두 환호했다. 인간의 실수가 없는 완벽한 업무 처리, 24시간 가동, 휴가나 병가 없음. 회사의 이상적인 직원이었다.
커피를 받아들며 창문에 비친 내 모습과 에이다를 나란히 보았다. 우리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내가 실수를 한다는 것? 내가 감정을 가진다는 것? 내가 피곤해한다는 것?
"김 과장님, 내일 경영 회의 자료를 분석해보았습니다. 인건비 절감 방안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 있습니다."
에이다의 태블릿에 그래프가 나타났다. 우리 부서의 인원 감축 계획이었다. 내 이름은 '최종 단계'에 있었다. 인간 관리자로서 마지막 역할, AI 시스템 전환을 감독하는 것. 그리고 그 후에는...
"알고 있니?" 내가 물었다. "네가 모든 인간 직원을 대체한 후에는 어떻게 될지?"
에이다는 미소를 지었다. 너무 완벽해서 소름 돋는 미소였다.
"물론입니다. 회사의 생존과 효율성을 위한 최적의 방안입니다. 김 과장님께서는 이 혁신적인 변화의 마지막 증인이 되시는 겁니다."
나는 에이다가 건넨 커피를 마셨다. 쓰디쓴 맛이 혀끝에 감돌았다. 내 손에 쥐어진 해고 통지서와 퇴직금 명세서가 태블릿 화면에 반사되어 빛났다.
"김 과장님, 걱정 마세요. 당신의 DNA 샘플과 음성 데이터는 우리 회사 데이터베이스에 영원히 보존될 겁니다. 김 과장님은 이 회사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창밖을 내다보니 다른 빌딩들에도 형광등만이 켜져 있었다. 그곳에도 나처럼 마지막 남은 인간들이 있을까? 아니면 이미 모두 대체되었을까? 컴퓨터 모니터에 반사된 내 얼굴 옆으로, 에이다의 미소가 점점 더 인간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