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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썸타기

회사의 미묘한 썸타기: 위태로운 균형

김민준은 출근 첫날부터 알았다. 그녀에게 이끌릴 것이라는 사실을. 23층 회의실에서 신입사원 교육 중 마주친 시선 한 번에 그의 심장은 이미 위태로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민준 씨, 이 보고서 좀 도와줄래요? 전에 했던 것처럼만 해주면 돼요." 유진의 목소리는 항상 그렇듯 부드러웠다. 그녀가 그에게 기대어 모니터를 가리킬 때마다 은은한 향수 냄새가 민준의 이성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그들의 관계는 동료 이상, 연인 미만의 그 어딘가에 위치했다. 회사 메신저의 늦은 밤 대화, 퇴근 후 우연을 가장한 마주침, 점심시간의 '우연한' 동행. 모두가 썸타기의 전형적인 증상이었다.

직원 휴게실의 커피머신 앞에서 유진이 속삭였다.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요? 새로 오픈한 와인바 가볼까 해요." 민준의 손가락이 커피 버튼 위에서 망설였다. 그는 회사 연애 금지 정책이 적힌 취업규칙을 떠올렸다. 그것은 강제 사항은 아니었지만, 암묵적인 불이익이 따를 수 있었다. 특히 그가 신입이고 유진이 과장급이라는 사실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괜찮아요, 누구도 모를 거예요. 우리 그냥... 동료로 가는 거잖아요." 유진의 말에는 항상 그를 설득하는 힘이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공식적 비공식' 만남은 6개월 동안 지속됐다. 사무실에서는 철저히 동료로, 밖에서는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드는 관계였다.

그날 저녁, 팀 회식 자리에서 모든 것이 변했다. 부장의 건배사 뒤로 민준의 핸드폰에 유진의 메시지가 떴다. '옆에 있어도 자꾸 보고 싶어.' 그가 미소를 감추지 못하는 순간, 한 동료가 그의 화면을 보았다. 술이 오른 그 동료는 큰 소리로 읽어버렸다. "이런, 우리 팀에 비밀 연애 중인 커플이 있나 봐요!"

순간 테이블이 조용해졌다. 민준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유진은 잔에 얼음을 휘저으며 침착하게 말했다. "회사에서는 동료일 뿐이에요. 개인적인 친분은... 회사 밖 일이죠." 그녀의 전문적인 태도에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다음 날, 민준의 책상 위에는 인사팀에서 온 쪽지가 놓여 있었다. '오후 2시, 인사팀 면담 요청'. 민준은 유진을 찾았지만, 그녀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메신저도 읽지 않았다. 점심시간, 유진이 마침내 그를 옥상으로 불렀다.

"이번 주에 다른 부서로 발령받게 됐어요." 바람에 그녀의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우리... 잠시 거리를 두는 게 좋겠어요. 둘 다를 위해서." 민준은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목구멍에 단어들이 걸려 나오지 않았다. 유진은 작게 미소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좋은 동료였어요, 민준 씨."

민준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깨달았다. 회사라는 공간에서의 썸타기는 마치 얇은 얼음 위를 걷는 것과 같다는 것을. 어쩌면 그들은 처음부터 균열이 생길 것을 알면서도, 그 아슬아슬한 긴장감에 취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유진의 손을 놓아주었다—직장에서 평범한 동료로 돌아가기 위한 첫 걸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