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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여행

예기치 못한 여행: 회사 밖의 인생

회사 엘리베이터가 멈춘 건 내가 퇴근하려던 그 순간이었다. 오후 11시 23분, 나는 다시 한번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려던 참이었다.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25층에서 멈춰버린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처음으로 시간을 의식하지 않고 숨을 쉬었다.

"괜찮으세요?"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휴대폰 불빛이 켜지고, 나는 마케팅팀 신입사원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이름이... 민지? 아니, 민서였다.

"네, 괜찮습니다." 형식적인 대답이 나왔다. 사실 괜찮지 않았다. 다섯 시간 후면 다시 출근해야 했고, 내일은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 있었다.

"팀장님, 아직도 프레젠테이션 준비하고 계셨어요?" 민서가 물었다. 그녀도 야근 중이었던 모양이다.

"그냥 마무리 작업이었어." 내 대답은 짧았다. 대화를 이어갈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제가 오늘 회사 사직서를 제출했어요." 민서의 말에 나는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세계 여행을 떠나려고요. 1년 정도요."

세계 여행. 내가 대학생 때 꿈꾸던 것. 입사 후 8년 동안 잊고 살았던 열망이 갑자기 되살아났다. 우리는 어둠 속에서 2시간을 기다렸다. 그 시간 동안 민서는 자신의 여행 계획을 이야기했고, 나는 처음으로 후배의 꿈에 귀 기울였다.

"팀장님은 가보고 싶은 곳 없으세요?" 그녀가 물었다.

순간 나는 말문이 막혔다. 얼마나 오래 나 자신에게 그 질문을 하지 않았던가. 과장 승진, 부장 승진을 목표로 달려왔지만, 정작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생각해본 적은 언제였을까.

"아이슬란드." 내 입에서 단어가 튀어나왔다. "오로라를 보고 싶었어."

엘리베이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눈 사이가 되어 있었다. 로비에 도착해 헤어지기 전, 민서가 내게 말했다.

"팀장님, 인생은 회사보다 길어요."

그날 밤 집에 돌아와 나는 처음으로 연차 사용 계획을 세웠다. 다음 달에 7일. 아이슬란드행 비행기 표를 예약했다. 프레젠테이션 자료는 이메일로 전송해두었다. 내일은 출근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알람을 맞추지 않고 잠이 들었다. 때로는 가장 예상치 못한 여행이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순간에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