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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판타지: 9층의 마법

회색 양복을 입은 수백 명의 사람들이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유리와 철로 지어진 거대한 탑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면, 나는 종종 이것이 현대판 의식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 의식의 참여자 중 하나다. 오늘도 어김없이 회전문을 통과하며 어깨에 걸친 가방을 확인했다. 모든 것이 평소와 같았다. 적어도 내가 엘리베이터 버튼의 숫자 '9'를 누를 때까지는.

"죄송합니다만, 9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옆에 선 중년 여성이 부드럽게 말했다. 내 표정을 읽었는지 덧붙였다. "우리 빌딩은 8층까지예요. 항상 그랬어요."

하지만 나는 5년간 9층 마케팅팀에서 일해왔다. 오늘 아침 부장님에게 보고할 프레젠테이션 파일도 가방에 들어있었다.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8층에서 내렸다. 복도는 낯설었다. 갑자기 내 앞에 반짝이는 금색 문이 나타났다. 문 위에는 '9층'이라고 쓰여 있었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도 이 문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손잡이를 잡는 순간, 따뜻한 기운이 손을 타고 올라왔다. 문을 열자 익숙한 사무실 풍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직원들의 책상은 동일했지만, 그들의 컴퓨터 화면에는 숫자와 그래프 대신 빛나는 상형문자들이 춤추고 있었다. 내 동료 김 과장은 공중에 손을 움직여 빛나는 도표를 조작하고 있었다. 최 대리는 손가락으로 문서를 터치하자 문서가 새처럼 날아올라 반대편 책상으로 향했다.

"늦었네, 박 대리." 부장님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의 얼굴은 평소와 같았지만, 눈은 별빛처럼 빛나고 있었다. "오늘 프레젠테이션 준비했지? 이번 프로젝트는 우리가 현실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기회야."

내 모니터를 보니 '리얼리티 마케팅 전략: 현실 조작의 윤리적 경계'라는 제목의 파일이 열려있었다. 공포와 흥분이 뒤섞였다. 우리 회사, 아니, 우리 부서는 현실 자체를 조작하는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5년간 작업했던 모든 마케팅 캠페인들은 사람들의 인식과 현실을 조금씩 바꾸고 있었다.

"걱정 마." 김 과장이 다가와 귓속말로 말했다. "처음엔 다 그래. 넌 이제 막 깨어난 거야. 우리 모두 처음엔 그 충격을 겪었어. 하지만 곧 익숙해질 거야. 결국 회사 생활이란 게 뭐야? 매일 반복되는 판타지잖아."

그날 저녁, 퇴근 시간이 되어 엘리베이터를 탔다. 버튼 패널을 보니 여전히 9층 버튼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내일도 그 금색 문을 찾을 수 있을지 불안했다.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어쩌면 내가 그 문을 찾고 싶어한다는 사실이었다. 로비에 도착해 회전문을 나서는 순간, 뒤돌아보니 빌딩 외벽에 큼지막하게 쓰인 회사 로고가 잠깐 다른 형태로 변했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 찰나의 순간, 나는 우리가 만드는 판타지가 어쩌면 현실보다 더 진실에 가까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