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화장품: 가면 뒤의 진실
장미향 핸드크림을 바르는 순간, 회사 화장실 문이 열렸다. 이사님이었다. 나는 얼른 핸드크림을 가방에 넣으려 했지만, 그녀의 날카로운 시선이 내 손을 포착했다.
"김주연 대리, 그거 우리 제품 아니네요?"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게 울렸다. 경쟁사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 회사에서 암묵적 금기였다. 특히 화장품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인 나에게는.
"죄송합니다, 이사님. 제품 연구 차원에서..." 변명은 물 위에 떠다니는 오일처럼 겉돌았다.
화장대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완벽했다. 톤 보정 파운데이션, 음영을 살린 컨투어링, 발색 좋은 립스틱. 모두 우리 회사 제품으로 완성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손등의 피부는 붉게 일어나 있었다. 우리 회사 핸드크림의 은은한 향기 뒤에 숨겨진 알레르기 반응이었다.
사무실로 돌아오니 책상 위에 새 파일이 놓여 있었다. 신제품 핸드크림 출시 프로젝트. 담당자는 나였다. "자연의 향기를 담은 순한 처방"이라는 컨셉트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바로 그 제품이었다.
화장대 앞에서 우리는 매일 거짓말을 한다. 화장품은 결점을 가리는 도구이자, 원하는 이미지를 그려내는 붓이다.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제품의 결함은 화려한 마케팅으로 덮고, 소비자의 불만은 세련된 서비스로 지웠다.
그날 밤, 나는 오랜 고민 끝에 결정했다. 프로젝트 보고서에 실제 테스트 결과를 첨부했다. 민감성 피부 반응 테스트에서 나타난 붉은 발진 사진과 함께. 이사님의 메일이 곧바로 도착했다. "즉시 내 사무실로 오세요."
유리문 너머,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보고서가 테이블 위에 펼쳐져 있었다.
"왜 이런 내용을 포함시켰죠?" 그녀의 목소리는 예상외로 조용했다.
"소비자들에게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대답은 단호했다.
그녀는 천천히 의자를 돌려 나를 마주했다. 그녀의 얼굴에서 평소의 완벽한 메이크업이 사라져 있었다. 눈가의 주름, 볼의 작은 반점들. 처음 보는 그녀의 민낯이었다.
"당신 같은 사람을 기다렸어요," 그녀가 미소지었다. "이 회사가 정말 필요로 하는 건 더 좋은 화장품이 아니라, 더 정직한 사람들이니까요."
다음 날, 우리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민감성 피부를 위한 저자극 라인'. 때때로 가장 아름다운 화장은 모든 가면을 벗어던지는 용기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