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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MBTI: 직장인의 숨은 얼굴

사람들은 그들이 잠드는 순간에만 진짜 자신의 얼굴을 드러낸다고 하지만, 김 대리는 회사에서 자신의 모든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을 경험했다. "전 INFJ예요."라는 한마디가 회사 메신저에 실수로 전체 채팅에 올라간 순간이었다.

오전의 형광등 불빛이 그의 홍조 띤 얼굴을 무자비하게 비추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프린터에서 나오는 종이 넘기는 소리, 누군가의 작은 웃음소리가 사무실을 채웠다. 그 모든 소리가 한순간에 그의 귀에는 "김 대리가 MBTI 얘기하고 있대"라는 속삭임으로 들렸다.

회사는 언제부턴가 MBTI 전쟁터가 되어있었다. 마케팅팀은 대부분 E형이었고, 개발팀은 I형이 많았다. 점심시간에는 "ESTJ가 리더십에 최적화되어 있다"거나 "INFP는 창의성의 원천"이라는 말들이 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김 대리는 늘 자신의 유형을 감추고 있었다.

"MBTI는 과학적 근거가 약하다고 하던데요," 김 대리는 지난 회식에서 그렇게 말했었다. 하지만 사실 그는 매일 밤 MBTI 커뮤니티를 들여다보며 자신의 특성을 확인하고 위안을 얻곤 했다. 모두에게 냉소적인 척하면서 말이다.

메시지를 지우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박 과장이 먼저 반응했다. "우리 김 대리가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네! 난 ENTJ야. 우리 궁합 어때?"

사무실이 술렁였다. 갑자기 모두가 자기 MBTI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전 ISFP예요." "저는 ENTP!" "어머, 저도 INFJ예요!"

김 대리는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그토록 숨기려 했던 비밀이 이렇게 쉽게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이. 그리고 더 혼란스러운 것은, 항상 무표정하던 이 과장이 갑자기 그에게 다가와 "사실 저도 INFJ예요. 회사에서 힘들 때가 많았죠?"라고 말했을 때였다.

점심시간, 평소에는 자리에서 도시락을 먹던 김 대리는 처음으로 다른 직원들과 함께했다. 그들은 서로의 유형을 분석하며 웃었고, 김 대리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사에서는 우리 모두 가면을 쓰고 있어요," 이 과장이 말했다. "하지만 가끔은 그 가면이 우리의 진짜 모습을 가리는 게 아니라, 그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일 뿐이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김 대리는 자신의 MBTI 결과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INFJ: 옹호자형'. 그는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회사에서 진짜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 그렇게 두려운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책상에 작은 INFJ 스티커를 붙였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16가지 성격 유형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특별한 존재이지만,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는 나쁘지 않은 시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