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남사친: 열여섯 가지 색깔의 우정
그가 내 MBTI 결과를 보고 웃음을 터뜨린 순간, 열세 살 우정의 역사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화면에 떠 있는 'INFJ'라는 네 글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재현이가 말했다. "역시 너답다.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유형이라며? 특별한 체하는 거 좋아하잖아."
창밖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이 커튼을 흔들었다. 재현이의 말에 가슴 한구석이 따끔거렸다. 열세 살 때부터 남사친으로 지낸 재현이는 항상 직설적이었지만, 오늘따라 그 말들이 가시처럼 느껴졌다. 그는 'ESTJ'라는 자신의 결과를 자랑스럽게 보여주며 "현실주의자가 세상을 지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 INFJ인 내가 무슨 타입이라고 생각해?" 나는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긴장감이 방 안을 채웠다.
"음, 몽상가? 현실에서 도망치는 타입?" 재현이의 말에 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는 항상 이랬다. 타인의 감정을 읽는 것보다 논리와 질서를 중시했다. 나는 그의 말을 흘려들으려 했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었다.
"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열세 해 동안 전혀 몰랐구나," 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책상 위에 놓인 커피가 식어가고 있었다. "난 현실에서 도망치는 게 아니야. 다만 네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볼 뿐이야."
재현이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댔다. "그게 무슨 말이야?"
"작년 네 생일에 네가 실망했던 거, 첫 연애에 실패했을 때 웃으면서도 눈물 참고 있던 거, 어머니 수술 앞두고 밤새 떨고 있던 거... 내가 모를 거라 생각했지?" 말을 마치자 방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재현이의 눈이 커졌다.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것들을... 어떻게 알았어?"
"왜냐하면 난 INFJ니까."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넌 세상의 구조와 질서를 보지만, 난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봐. 네 마음속에 있는 감정의 파도까지."
갑자기 재현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웃음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이거 봐, 내 말이 맞잖아. 너무 드라마틱해, 정말 INFJ다운 발언이야."
화가 나려다가 나도 같이 웃음이 나왔다. 그 순간 깨달았다. 우리는 완전히 다른 렌즈로 세상을 보고 있지만, 그것이 우리 우정의 본질이었다. 재현이의 현실감각은 내 몽상을 붙잡아주고, 내 직관은 그가 놓치는 감정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MBTI 결과지대로 맞춰 사는 건 아니잖아," 재현이가 말했다. "우리가 열세 해 동안 친구로 지낼 수 있었던 건 네 글자 때문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했기 때문 아닐까?"
창밖으로 벚꽃 한 장이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열일곱 번째 봄, 남사친과 나는 서로 다른 세계에 살면서도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면 우정이란, 서로 다른 MBTI가 만들어내는 열여섯 가지 색깔의 무지개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