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MBTI: 성격의 함정
그녀가 알파벳 네 글자를 읊는 순간, 카페 테이블 위로 보이지 않는 벽이 세워졌다. "난 ENFP야. 너는?" 이 질문이 데이트의 향방을 결정할 거라고 지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지수는 머뭇거렸다. 손가락으로 커피잔 테두리를 따라 원을 그리며 말했다. "음... ISTJ일 거야, 아마도." 그 순간 상대방의 눈빛이 변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미세한 실망감, 아니 거의 체념에 가까운 표정이었다.
"아, 그래? 우리 궁합 최악이라던데." 그녀는 웃었지만, 그 웃음소리에는 이미 작별 인사가 담겨 있었다. 커피숍의 시끌벅적한 소리와 달콤한 카라멜 향이 갑자기 지수에게는 무겁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수는 온라인 MBTI 테스트를 다시 풀었다. 결과는 INFJ였다. 전에 했을 때는 ISTJ였는데. 왜 이렇게 다른 거지? 그는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세 번째로 풀었을 때는 ISFP가 나왔다. 지수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얼마나 재밌는 상황인가.
다음 날, 회사 단체 채팅방에서 동료들이 MBTI 유형별 파티를 제안했다. "직관형은 창의적인 코스튬을, 감각형은 실용적인 복장을 준비해 오세요!" 지수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무엇을 입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날 밤, 지수는 오래된 심리학 서적을 펼쳤다. 융의 원문을 읽으며 그는 깨달았다. MBTI는 인간의 복잡한 내면 세계를 16가지로 단순화시킨 것에 불과했다. 사람들은 왜 이토록 자신을 네 글자에 가두려 할까?
파티 당일, 지수는 의상을 절반은 화려하게, 절반은 수수하게 맞춰 입었다. 한쪽 얼굴에는 화려한 페이스 페인팅을, 다른 쪽은 민낯 그대로였다. 동료들이 물었다. "너 무슨 유형이야?"
"나는..." 지수는 잠시 망설였다. "오늘은 WTEV야."
"그게 뭐야?" 모두가 궁금해했다.
"Whatever I want to be의 약자야. 내가 되고 싶은 사람."
처음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지만, 곧 누군가 웃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도 따라 웃었다. 그날 밤, 사람들은 자신의 MBTI 유형을 잠시 잊고 그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춤추고 웃었다.
다음 날 아침, 지수의 휴대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첫 데이트에서 만났던 그녀였다. "재밌는 생각이 들었어. 우리 MBTI 말고, 그냥 우리로 만나볼래?" 지수는 미소를 지었다. 때로는 네 글자의 함정에서 벗어날 때 진짜 우리를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