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회사: 16개의 문이 있는 빌딩
기업 컨설턴트 박민지는 '당신만의 적합한 직장을 찾아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이메일을 받았을 때, 그저 또 하나의 스팸 메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타고난 호기심 때문인지, 아니면 최근 반복되는 업무에 진저리가 났기 때문인지, 그녀는 첨부된 주소를 클릭했다. 다음날 아침, 그녀는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16층짜리 유리 빌딩 앞에 서 있었다.
"MBTI 주식회사"라는 간판이 빌딩 정면에 번쩍였다. 로비에 들어서자 은은한 라벤더 향기가 코끝을 간질였고, 웅장한 대리석 벽면에는 무지개 색상의 16개 문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각 문마다 알파벳 네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INTJ, ENFP, ISTP...
"박민지 님, ENTP 맞으시죠?" 갑자기 나타난 접수원이 물었다. 민지는 놀란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알았죠?" 그녀가 물었다. 접수원은 미소만 지었다.
"저희는 사람들이 자신의 성격유형에 맞는 일자리를 찾도록 돕는 회사입니다. 오늘 민지 님은 각 부서를 방문하게 될 겁니다. 각 공간은 16가지 MBTI 유형에 최적화되어 있어요."
민지는 하루 종일 다양한 문을 통과했다. ISTJ 문 뒤에는 완벽하게 정돈된 공간에서 묵묵히 서류를 분석하는 직원들이 있었다. ESFP 문 뒤에는 화려한 조명 아래 팀 활동과 브레인스토밍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마케팅 부서가 있었다. 각 공간은 그 성격에 딱 맞는 환경과 업무 스타일을 제공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자신의 유형인 ENTP 문 앞에 섰다. 문을 열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벽에 빼곡히 적혀 있는 혁신 연구소가 나타났다. 사람들은 열정적으로 토론하고, 새로운 개념을 시험하고 있었다. 민지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여기가 당신이 속한 곳입니다," 접수원이 말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문은 언제든 열려 있어요. 다른 곳을 탐험하는 것도 환영합니다."
그날 저녁, 민지는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왔다. 책상 위에는 MBTI 회사의 명함이 놓여 있었다. 뒷면에는 내일 출근 시간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그 아래 작은 글씨로 이상한 메시지가 있었다: "당신이 보았던 모든 것은 환상입니다. 당신의 마음이 만든 환상이죠. 진정한 자유는 당신을 정의하는 네 글자를 버릴 때 찾아옵니다."
민지는 명함을 내려놓았다. 창밖으로 도시의 불빛이 반짝였다. 그녀는 자신이 방문했던 16개의 방을 떠올렸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다 - 과연 17번째 문은 존재할까? 자신을 어떤 네 글자로도 정의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