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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생존

간식 생존: 마지막 한 봉지의 선택

세상이 멈춘 지 73일째, 마트 과자 코너에 남은 마지막 봉지의 포테이토칩이 형광등 불빛 아래 반짝였다. 종말 이후의 세계에서 간식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잃어버린 일상의 마지막 조각이었다.

민지는 먼지 쌓인 선반 위에 덩그러니 남은 그 봉지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손가락 끝이 비닐에 닿는 순간, 봉지 안의 공기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적막한 마트 안을 가득 채웠다. 그 소리는 예전에는 기쁨이었지만, 지금은 위험을 알리는 경고음과 다름없었다. 누군가가 있다는 신호니까.

"움직이지 마."

차가운 금속이 등 뒤로 와 닿았다. 민지는 천천히 뒤돌아섰다. 마른 몸에 더러운 후드티를 걸친 남자가 녹슨 장식용 검을 들고 서 있었다. 위협적인 자세와 달리 그의 눈은 공포로 가득했다.

"그거, 내가 먼저 봤어." 남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민지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과자 하나 가지고 사람 죽일 거야?"

"웃지 마!" 남자가 소리쳤다. "3일 동안 아무것도 못 먹었어. 그리고 이건... 내 딸이 제일 좋아하던 거야."

민지는 얼어붙었다. 남자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순간 민지는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다른 사람의 눈물을 보지 못했는지 깨달았다.

"딸은... 어디 있어요?" 민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병원에. 아직 살아있어. 고열로 정신이 없어... 약은 구했는데, 뭐라도 먹여야 하는데..."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민지는 자신의 배낭을 열었다. 안에는 며칠 전 빈 집에서 찾은 통조림과 물병이 있었다. 그리고 작은 초콜릿 하나. 어머니의 생일을 위해 아껴두었던 것.

"이거 줄게요. 초콜릿도." 민지가 배낭을 내밀었다. "과자는... 정말 딸을 위한 거예요?"

남자는 물끄러미 배낭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무기를 내렸다. "왜...?"

"세상이 망했다고 인간까지 망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민지가 말했다. "병원이 어딘데요? 같이 갈게요. 제가 간호사였거든요... 전에는."

남자의 눈에서 경계심이 천천히 사라졌다. 먼지 쌓인 마트 안으로 희미한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민지는 포테이토칩 봉지를 들었다. 비닐이 햇빛에 반사되어 무지개색으로 빛났다. 세상의 종말 속에서도, 어쩌면 간식 하나가 두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걸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들이 마트를 나설 때, 민지는 깨달았다. 생존이란 단순히 숨을 쉬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움을 지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때로는 마지막 한 봉지의 간식이 그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