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과 여사친: 너의 달콤함이 남긴 쓴맛
처음으로 그녀가 내게 건넨 것은 간식 봉지였다. 레트로풍 포장지에 싸인 딸기맛 사탕, 그녀의 손에서 내 손으로 넘어오는 순간 무언가 시작되었다. 봄바람이 교실 창문을 두드리던 고등학교 2학년, 나는 '여사친'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아직 알지 못했다.
"민준아, 이거 먹어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맛인데."
지수의 목소리는 늘 그랬듯 맑고 경쾌했다. 그날부터 우리는 '간식 메이트'가 되었다. 교환일기를 쓰듯 매일 서로에게 다른 간식을 가져왔다. 초콜릿, 젤리, 비스킷... 우리의 우정은 달콤한 것들로 채워졌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사탕 껍질을 까는 소리처럼 상쾌하게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여사친이란 단어가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방패처럼 느껴졌다. 내 마음속엔 무언가 더 많은 감정이 자라고 있었지만, 그 달콤한 관계를 깨트리긴 너무 두려웠다. 지수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은 그저 '친구'였으니까.
"우리 영원히 이렇게 있을 수 있을까?"
벚꽃이 흩날리는 교정에서 지수가 물었을 때, 나는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날 '아니'라고 말했어야 했다. 모든 간식이 그렇듯, 우리의 관계도 유통기한이 있었으니까.
대학 입시를 앞둔 겨울, 지수는 더 이상 간식을 가져오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손에는 영어 단어장과 문제집이 들려 있었다. 나 역시 공부에 몰두했다. 우리의 대화는 점점 줄어들었고, 단지 시험 범위와 참고서에 관한 것들로만 채워졌다.
"민준아, 나 고백할 사람이 생겼어. 조언 좀 해줄래?"
그날 지수가 건넨 것은 간식이 아닌 폭탄이었다. 내 심장이 바스락거리는 사탕 봉지처럼 구겨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여사친'의 좋은 친구였고, 그녀에게 조언해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졸업식 날, 지수는 마지막으로 내게 간식을 건넸다. 우리가 처음 나눴던 그 딸기맛 사탕이었다.
"첫 번째는 내가 줬으니, 마지막도 내가 주는 게 좋겠지?"
그녀의 웃음 뒤에 숨겨진 슬픔을 그때는 알아채지 못했다. 나는 사탕을 받아들고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길로 떠났다.
오늘, 십 년이 지난 후 우연히 거리에서 마주친 지수는 예전과 다름없이 밝게 웃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에 들린 간식은 이제 아이를 위한 것이었다. 나는 주머니를 뒤적이다 오래전 그날의 사탕을 꺼냈다. 포장지는 바래졌지만, 그 안에 담긴 내 감정은 여전히 선명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간식'이 되기도 하고, '여사친'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의 가장 달콤한 순간을 지나쳐가기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