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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여친

간식을 훔친 여친

냉장고 문이 열린 순간, 은은한 불빛이 어둠 속에서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 새벽 세 시, 나는 침대에서 뒤척이다 목이 말라 부엌으로 왔을 뿐인데,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말문이 막혔다.

"하... 들켰네." 내 여자친구 지수는 입가에 초콜릿 얼룩을 묻힌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이틀 전 내가 특별히 아껴두었던 벨기에 초콜릿 상자가 그녀의 손에 들려있었다.

"그거... 내 생일 선물 아니었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인스타그램에서만 볼 수 있는 한정판 초콜릿이었는데, 내일이 내 생일이었다.

지수는 천천히 초콜릿 상자를 내려놓았다. 그녀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죄책감과 동시에... 은근한 도전적인 빛이 그녀의 눈에서 반짝였다.

"미안해... 나 요즘 스트레스 때문에 야식 욕구가 너무 심해서."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왠지 그 말투가 진실되게 들리지 않았다.

일주일 전부터 내 간식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것을 눈치챘었다. 허니버터칩, 마카다미아 쿠키, 그리고 어머니가 보내주신 약과까지. 지수가 몰래 먹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매번 모른다고 대답했었다.

"솔직히 말해. 이전에 사라진 것들도 네가 다 먹은 거지?" 내가 물었다.

지수는 한숨을 내쉬더니 냉장고의 채소칸을 열었다. 그곳에는 내 모든 간식들이 완벽하게 보관되어 있었다. 하나도 열리지 않은 채.

"사실... 내일 네 생일 파티를 위해 준비하고 있었어." 그녀의 스마트폰 화면에는 '남자친구 생일 간식 뷔페 만들기' 검색 결과가 떠 있었다. "마지막 연습으로 초콜릿 소스 만드는 법을 보고 있었는데... 네가 일어날 줄 몰랐어."

순간 모든 게 이해됐다. 그녀는 간식을 훔친 게 아니라 숨겨둔 것이었다. 나를 위한 깜짝 파티를 준비하면서.

"그런데... 왜 지금 네 입가에 초콜릿이 묻어 있는 거지?" 의심스러워하며 물었다.

지수는 작게 미소 지었다. "맛을 봐야 네가 좋아할지 알 수 있잖아. 퀄리티 컨트롤이라고 생각해."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다 웃음을 터뜨렸다. 결국 그날 새벽, 우리는 함께 냉장고 앞에 앉아 초콜릿을 하나씩 맛보며 별과 별자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가끔은 간식을 훔치는 여자친구가 있더라도, 그 이유가 당신을 향한 사랑일 수 있다는 걸 세상 모든 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