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 출근: 맛있는 이중생활
출근길 지하철 안, 가방 속에서 들려오는 바스락거림을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는 주변을 살피며 검은 봉지 속에서 달콤한 초콜릿을 하나 꺼내 재빠르게 입에 넣었다. 달콤함이 입안에 퍼질 때마다 죄책감도 함께 번졌다. 출근 시간에 몰래 챙겨 먹는 간식들, 그것은 내 치명적인 비밀이었다.
"김 대리, 또 간식 먹었지?" 팀장님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어깨가 움찔했다. 도대체 어떻게 알았지? 입가에 묻은 초콜릿 가루를 급히 닦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전혀요." 거짓말이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팀장님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다 자리로 돌아갔다.
사무실에는 이미 소문이 퍼져있었다. '김 대리는 출근길에 달달한 간식을 몰래 먹는다.' 누군가는 내 서랍을 열어본 적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진실을 몰랐다. 내 서랍 속 간식들은 단순한 탐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었다.
오늘도 점심시간, 회사 옥상으로 올라갔다. 가방에서 작은 도시락통을 꺼내며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도시락통을 열었다. 그 안에는 각종 간식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초콜릿, 젤리, 쿠키, 사탕... 나는 차례로 비닐을 뜯고 간식들을 꺼내 촬영했다. 수십 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출근길 간식 크리에이터'의 일상이었다.
스마트폰 속 간식 리뷰 계정에는 매일 수만 개의 좋아요가 쏟아졌다. "오늘의 출근길 간식은 바로 이 신상 초코 쿠키입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이 맛..." 회사 동료들은 내가 단순히 간식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나는 월급보다 더 많은 수익을 간식 리뷰로 올리고 있었다.
그날 오후, 팀장님이 내 책상 앞에 불쑥 나타났다. "김 대리, 오늘 회의실로 잠깐 와주게." 심장이 쿵쾅거렸다. 들켰나? 간식 리뷰어라는 내 이중생활이 끝장난 걸까? 떨리는 다리로 회의실에 들어섰다.
"이거 본인 맞지?" 팀장님이 스마트폰 화면을 내밀었다. 내 간식 계정이었다.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네..." 겨우 대답했다. 팀장님은 잠시 날 바라보더니 예상치 못한 말을 꺼냈다.
"회사 신제품 간식 라인 출시하는데 마케팅 담당자로 옮겨보지 않겠나? 당신의 출근길 간식 리뷰 노하우가 필요해."
그날 이후, 나는 공식적으로 회사 간식을 출근길에 먹게 되었다. 가끔 과거를 돌아볼 때면 웃음이 난다. 세상은 이상하게도 우리의 약점이라 생각했던 것을 강점으로 바꾸는 방법을 알고 있다. 오늘도 지하철에서 봉지를 바스락거리며 열면서 생각한다. 모든 출근길의 달콤한 간식들은 언젠가 우리를 놀라운 곳으로 데려다 줄지도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