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마지막 게임
오늘이 마지막이다. 그녀는 창문으로 쏟아지는 8월의 햇살을 맞으며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봤다. 12년 동안 이어온 게임의 서버 종료까지 단 6시간.
민지는 땀에 젖은 손바닥으로 핸드폰을 꽉 쥐었다. 에어컨이 돌아가는 방 안에서도 등줄기를 따라 흐르는 땀이 느껴졌다. 창밖에서는 매미 소리가 요란했고, 아스팔트는 달궈진 프라이팬처럼 열기를 뿜어냈다. 이 찌는 듯한 여름날, 그녀의 인생에서 한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여기 있었구나." 문을 열고 민지의 엄마가 들어왔다. "너 오늘도 그 게임하니? 이제 대학생인데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민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중학교 1학년, 전학 와서 친구 하나 없던 그 무더운 여름날, 우연히 시작한 게임이 그녀의 세계가 되었다는 것을. 가상 세계에서 만난 사람들이 실제보다 더 진짜 친구가 되었다는 것을.
화면 속에서 민지의 캐릭터는 첫 퀘스트를 받았던 마을로 돌아갔다. 이제는 텅 빈 거리. 다들 각자의 추억 속 장소로 흩어졌다. 그때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나이트스카이]: 여기 있었네. 마지막 날인데 같이 어디 갈래?
민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12년 전, 그녀에게 첫 아이템을 선물했던 플레이어. 실제로는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그녀의 고등학교 입학, 첫 실연, 대학 합격까지 함께 해준 사람.
[블루썸머]: 처음 만났던 해변은 어때?
두 캐릭터가 게임 속 해변에 도착했을 때, 이미 수십 명의 플레이어들이 모여 있었다. 모닥불을 피우고, 게임 내 채팅창에는 추억들과 작별 인사가 흘러넘쳤다. 민지는 창밖으로 보이는 실제 도시의 열기 속에서, 게임 속 해변의 시원한 파도 소리를 상상했다.
[나이트스카이]: 너 실제로는 어디 살아?
12년 만의 질문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현실에 대해 거의 묻지 않았다. 그것이 규칙이었다.
[블루썸머]: 서울, 너는?
[나이트스카이]: 부산. 이번 주말에 서울 올라가는데.
민지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 순간 화면이 흔들리더니 서버 종료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나이트스카이]: 광화문 분수대 앞. 토요일 3시. 내 이름은 현우야.
마지막 메시지가 전송되기도 전에 화면이 검게 변했다. 게임은 끝났다. 민지는 창가로 다가가 여름 하늘을 바라봤다. 맹렬한 태양 아래, 그녀의 가슴속에서는 어떤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