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여친, 그 사이의 균열
수빈의 노트북 화면이 붉게 물들었을 때, 그녀는 이미 세 시간째 자리를 뜨지 않고 있었다. "이번엔 진짜 이길 거야," 그녀가 중얼거렸다. 손가락은 키보드 위에서 춤을 추듯 움직였고, 헤드셋 너머로 동료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한 판이 끝나고 승리 화면이 떴을 때, 그녀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또 게임해? 오늘 저녁에 만나기로 했잖아."
민준의 메시지였다. 수빈은 입술을 깨물었다. 시계를 보니 약속 시간까지 30분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팀은 지금 연승 중이었고, 랭킹 승급전까지 한 판만 더 남았다.
"조금만 늦을 것 같아. 중요한 게임이 있어." 그녀는 빠르게 답장을 보내고 다시 게임에 집중했다.
민준의 답장은 차가웠다. "또? 지난주에도 그랬잖아. 난 먼저 갈게."
승급전은 치열했다. 손바닥에 땀이 배어 마우스가 미끄러졌지만, 수빈은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내 승리 화면이 떴을 때, 그녀는 환호성을 질렀다. 다이아몬드 티어. 3년 동안 꿈꿔왔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민준에게 전화했을 때, 그는 받지 않았다. 카페에 도착했을 때도 그는 없었다. 텅 빈 자리와 식은 아메리카노만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민준아, 미안해. 내가 다이아 찍었어! 어디야?" 수빈은 메시지를 보냈지만, 읽음 표시만 떴을 뿐 답장은 오지 않았다.
그날 밤, 수빈은 혼자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화면에는 새로운 다이아몬드 배지가 빛나고 있었지만, 가슴 속은 이상하게 공허했다. 그녀는 민준의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새 게시물이 올라와 있었다. 다른 여자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캡션에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적혀 있었다.
수빈은 천천히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게임 채팅창에서는 팀원들이 그녀를 찾고 있었다. "MVP 어디 갔어? 다음 게임 시작해야지!"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망설였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이 마치 게임 속 미니맵처럼 깜빡였다. 수빈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다이아몬드 배지는 빛났지만,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 어쩌면 게임에서의 승리와 현실에서의 패배는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천천히 노트북을 닫았다. 오늘 밤만큼은, 게임의 세계가 아닌 자신의 현실을 직시할 시간이 필요했다. 화면이 꺼지자, 방 안에는 그녀가 얼마나 오랫동안 외로웠는지를 알려주는 정적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