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출근: 레벨을 올리는 하루의 시작
알람이 울렸을 때, 내 눈에 보인 것은 붉은 글씨로 반짝이는 메시지였다. [미션 시작: 오늘도 출근하세요. 보상: 경험치 500 + 알 수 없는 아이템]
한 달 전, 내 인생이 게임으로 변했다. 문자 그대로의 게임. 일어나는 순간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현실은 내게 RPG 인터페이스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처음엔 환각이라 생각했지만, 미션을 완료할 때마다 실제로 내 능력이 향상되었다. '근력 +1', '체력 +2', '인내심 +3'... 때로는 '운 +5'같은 수치도 올랐다.
아침 7시 정각, 커피 한 잔을 들이키며 미션 로그를 확인했다. 서류 작업 완료하기(보상: 집중력 +2), 회의 주도하기(보상: 카리스마 +3), 퇴근 전 명상하기(보상: 정신력 +4). 그리고 메인 퀘스트 - 프로젝트 마감(보상: ??). 미션들이 복잡해지고 있었다.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사람들로 빽빽한 차내에서 창밖을 바라보는데, 문득 기이한 것을 발견했다. 다른 사람들의 머리 위에도 작은 레벨 표시가 떠 있었다. 레벨 56의 노인, 레벨 33의 회사원, 레벨 19의 학생... 모두 자신만의 게임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음 역은 테헤란로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 동료들의 얼굴 위에도 숫자가 보였다. 김 부장은 레벨 41. 어제보다 하나 올랐다. 박 대리는 레벨 22로 정체되어 있었다. 내 레벨은 29. 출근 미션을 완료했으니 곧 30이 될 것이다.
"오늘 프레젠테이션 준비됐어?" 김 부장이 물었다.
"네, 어제 밤늦게까지 완성했습니다."
[미션 완료: 프레젠테이션 준비하기. 보상: 표현력 +2]
회의실에서 발표를 마치자 화면에 크게 [미션 성공!]이 떠올랐다. 동료들의 박수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이상하게도 내 말에 모두가 집중했고, 평소보다 명확하게 의사전달이 되었다. 마치 말하기 스킬이 실제로 향상된 것처럼.
퇴근 시간, 마지막 미션을 완료하고 사무실을 나서는데, 지금까지와는 다른 알림이 떴다.
[축하합니다. 레벨 30 달성. 특별 능력 '통찰력' 획득. 사용하시겠습니까?]
호기심에 '예'를 선택했다. 순간 세상이 달라 보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레벨 옆에, 그들의 숨겨진 고민과 기쁨이 작은 글씨로 보였다. 레벨 41 김 부장: '승진 누락, 스트레스, 위염 악화'. 레벨 22 박 대리: '첫 아이 출산 예정, 행복, 수면 부족'.
충격에 멈춰 서서 내 상태창을 확인했다. '레벨 30. 평범한 회사원. 비밀: 현실을 게임으로 경험하는 유일한 플레이어.' 그리고 마지막 줄에 작은 글씨로: '아직 자신이 NPC인 줄 모름.'
그날 이후, 나는 매일 아침 알람 소리와 함께 떠오르는 질문에 시달린다 - 내가 게임을 하는 건지, 아니면 누군가의 게임 속에 살고 있는 건지. 그리고 오늘도 난 출근한다, 다음 레벨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