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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소설

고민 소설: 그가 쓴 이야기

그의 책상 위에는 고민의 흔적이 여섯 시간 동안 뭉개진 종이들로 가득했다. 조명이 그 위로 쏟아지는 황금빛 원을 그렸고, 그 안에서 이상하게도 모든 단어들이 숨을 쉬는 것 같았다. 백수인 채로 서른을 맞이한 김현우는 몇 년째 소설가의 꿈을 안고 있었지만, 그가 완성한 것은 출판사들의 거절 메일뿐이었다.

"당신의 소설은 안타깝게도 독자들에게 울림을 주기에는 부족합니다."

그는 이메일을 다시 읽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창문 밖에서는 빗방울이 유리를 두드리며 그만의 리듬을 만들어냈다. 타이핑 소리와 빗소리가 묘하게 어우러지는 밤이었다.

"진짜 이야기를 쓰라고?" 현우는 중얼거렸다. "내가 알고 있는 진실은 뭐지?"

오늘도 그는 고민했다. 소설 속 캐릭터들이 왜 그렇게 멀게 느껴지는지. 왜 그의 문장들은 항상 완성되지 못한 채 종이 위에서 숨을 거두는지. 그는 커피 잔을 비우고 눈을 감았다. 손끝에서 시작되는 떨림이 온몸으로 퍼져갔다.

그때 현관문 벨이 울렸다. 배달된 택배 상자에는 발신인이 없었다. 조심스럽게 열어보니 낡은 노트북 한 대가 들어있었다. 현우는 호기심에 전원을 켰다. 화면이 밝아지자 텍스트 문서가 하나 열렸다.

'당신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소설이 아니라 당신의 고백이었죠. 이제 진짜 소설을 써보세요. 당신이 쓴 모든 것은 현실이 됩니다.'

현우는 몸을 떨었다. 자신이 보낸 적 없는 원고를 누군가 읽었다는 사실도 충격이었지만, 더 놀라운 것은 노트북 아래에 숨겨진 작은 메모였다.

'김현우 작가님, 당신의 지난 소설 '어제의 비'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 소설 속 여자의 죽음처럼, 실제로 한 여성이 사망했습니다. 이 노트북으로 쓴 모든 것은 현실이 됩니다. 조심하세요.'

공포에 질린 현우는 '어제의 비'라는 제목의 파일을 찾아 열었다. 그가 쓴 적 없는 소설이었지만, 글체는 분명 자신의 것이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그가 항상 고민하던 이야기의 결말이 완벽하게 써있었다.

현우는 떨리는 손으로 새 문서를 열었다. 그리고 첫 문장을 썼다.

"모든 작가들의 거절 메일이 갑자기 승낙으로 바뀌었다."

그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 표시는 '대형 출판사'였다. 현우는 깊은 숨을 내쉬며 노트북을 바라보았다. 이제 그의 고민은 소설이 아니라, 이 위험한 능력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였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말은 이런 의미였을까? 창밖으로 비가 그쳤다. 그가 마지막으로 타이핑한 문장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