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의 고백: 숨겨진 진실
"네가 죽었다고 생각한 그날부터 나는 매일 밤 네 목소리를 듣는다." 나는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속삭였다. 차가운 대리석 비석 위로 내 손가락이 미끄러졌다. 서리가 맺힌 듯한 표면은 마치 그녀의 마지막 피부처럼 차갑게 느껴졌다.
우리 학교에는 괴담이 있었다. '자정에 옥상에 혼자 올라가면 죽은 연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나는 미신 따위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밤, 지수가 떠난 후 일주일째 되던 날, 나는 그 옥상에 올라갔다. 도시의 불빛들이 별처럼 반짝이는 가운데, 바람은 내 귓가에 속삭였다. 처음에는 그저 바람 소리라고 생각했다.
"민준아... 내가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있어..."
지수의 목소리였다. 분명히.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귀를 의심했지만, 그 목소리는 계속되었다.
"사고가 아니었어. 내가 선택한 거야."
그녀의 죽음은 사고로 결론 났다. 학교 옥상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는 공식 발표.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후 매일 밤, 나는 그 옥상에 올라갔다. 그리고 조금씩 진실이 드러났다. 학교 폭력, 괴롭힘,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심에 있던 나. 나는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그녀를 사랑한다면서도, 그녀가 당하는 괴롭힘을 외면했다. 때론 웃으며 동참하기까지 했다.
오늘 밤, 일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녀의 무덤 앞에 앉아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내 눈물과 빗물이 섞여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지수야, 이제 고백할게. 네가 말했던 모든 것이 진실이야. 내가 널 죽게 만들었어. 내 무관심이, 내 비겁함이 널 죽음으로 몰았어. 이제 모두에게 진실을 말할게. 우리 학교의 괴담이 된 너의 이야기, 그리고 내 죄를... 모두 고백할게."
비가 더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내 휴대폰이 울렸다. 지수의 번호였다. 공포로 얼어붙은 내 손가락이 천천히 전화를 받았다.
"민준아, 고마워. 이제 나도 고백할게. 내가 너에게 들려준 목소리는... 진짜 내가 아니었어. 그건 네 양심이었어. 이제 나는 자유로워. 하지만 넌..."
전화가 끊겼다. 주위가 갑자기 어두워졌다. 묘지의 모든 소리가 멈췄다. 그리고 내 뒤에서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비에 젖은 교복을 입은 지수가 서 있었다. 하지만 그건 지수가 아니었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이 세상의 것이 아니었다.
우리 학교의 새로운 괴담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죽은 연인에게 진실을 고백하면, 그 연인이 너를 데리러 온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