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의 소개팅: 우리가 만난 적이 있다는 걸
소개팅 자리에서 그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봤을 때, 그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우리가 전에 만난 적이 있다"였다. 어이없는 구차한 멘트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눈빛에는 거짓이 없었다.
카페의 시나몬 향기가 우리 사이를 감돌았다. 창가 자리에 앉은 우리 옆으로는 가을 햇살이 비스듬히 쏟아져 들어왔고, 그의 검은 머리카락에 금빛 테두리를 만들어냈다. 나는 그의 얼굴을 살폈다. 어디서 본 적이 있을까? 학창 시절? 아니면 이전 직장? 어떤 기억도 떠오르지 않았다.
"정말 기억 안 나세요? 5년 전, 당신이 버스에서 울고 있었어요." 그의 목소리는 따뜻했고, 내 심장은 갑자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5년 전. 그 해 봄, 나는 첫사랑과 헤어진 날 버스에서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기억한다니.
"당신은 창가에 앉아 울고 있었고, 난 옆자리에 있었어요. 위로해 주고 싶었지만, 낯선 사람의 말이 더 상처가 될까 봐 그저 휴지만 건넸죠."
그제서야 희미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누군가 건넨 하얀 휴지.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 한 채 다음 정류장에서 도망치듯 내렸던 일.
"그날 이후로 당신을 잊을 수 없었어요. 우연히 같은 회사 친구가 당신을 안다는 걸 알고 소개팅을 주선해달라고 했죠."
그의 말에 내 얼굴이 뜨거워졌다. 5년 동안 낯선 여자를 잊지 못했다니. 터무니없는 소리 같았지만, 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사실은..." 그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바랜 종이 한 장. 그것은 내가 그날 그에게 건넸던 휴지 위에 남겨진 립스틱 자국이었다. "이걸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상하게도 불편하거나 소름 돋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순수한 고백이 내 마음을 두드렸다.
"그럼 우리의 첫 만남은 소개팅이 아니라 버스에서였네요."
그가 미소 지었다. "그때 제대로 고백하지 못했어요. 당신이 괜찮다면, 이번에는 제대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햇살이 더 밝아진 것 같았다. 카페의 소음이 우리만의 세계를 만들어주는 배경음이 되었다. 우리의 두 번째 만남에서, 나는 그의 고백을 듣기로 했다. 때로는 가장 소중한 인연이 가장 예상치 못한 순간에 시작된다는 것을, 그날의 눈물이 오늘의 미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그제서야 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