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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여사친

마지막 고백: 여사친에게 말하지 못한 진실

그녀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날, 창문 밖으로 비가 미친 듯이 쏟아졌다. 열다섯 번째 봄부터 함께한 나의 여사친 지은이가, 내가 아닌 다른 남자와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한다. 초대장은 내 책상 위에 놓인 채 빗물에 젖은 창문처럼 흐릿하게 번져갔다.

"민수야, 너무 신기하지 않아? 우리가 벌써 서른이라니." 지은이의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들려왔다. 언제나처럼 밝고 경쾌했다.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녀의 목소리는 내 일상의 배경음악이었다. 고등학교 교복을 입었을 때부터, 대학 캠퍼스를 함께 거닐 때까지, 그리고 지금까지.

"그러게. 시간 참 빠르다." 내 대답은 건조했다. 손끝으로 초대장의 금박 글씨를 더듬으며, 말하지 못한 수천 개의 고백이 목구멍에 걸려 숨이 막혔다.

지은이와 나 사이에는 묘한 경계선이 있었다. '여사친'이라는 이름의 벽. 우리는 서로의 모든 비밀을 알았고, 함께 웃고 울었으며, 때로는 밤새 통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코 넘지 못한 선이 있었다. 아마도 그 선을 넘었다면 모든 것을 잃을까 두려웠던 것인지도 모른다.

지은이의 첫 연애 상담을 들어준 날, 내 심장이 어떻게 산산조각 났는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녀의 이별 후 술에 취해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든 밤, 내가 얼마나 그녀의 숨결을 느끼며 떨었는지도 모른다. 대학 졸업 여행에서 별이 쏟아지는 밤바다를 보며, 고백하려다 삼킨 말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민수야, 넌 내 평생 단 하나뿐인 여사친이야. 평생 변하지 마, 알았지?" 그녀가 말했던 그 순간, 나는 고백 대신 웃음으로 대답했다. 친구로 남는 것이 그녀를 잃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커피숍에서 우연히 마주친 그녀의 약혼자는 나보다 키가 크고, 나보다 유머 감각이 있었다. 그는 지은이의 말 한 마디에도 세상을 다 얻은 듯한 미소를 지었다. 나였다면 그렇게 쉽게 표현했을까? 아마도 그래서 그가 내가 아닌 그일지도 모른다.

결혼식 전날, 지은이는 마지막 독신녀의 밤을 나와 보내자고 했다. 우리는 옥상에서 소주를 마시며 지난날들을 회상했다. 별빛 아래서 그녀의 눈이 유난히 반짝였다.

"사실... 말하고 싶은 게 있어." 입술이 떨렸다. 열다섯 해 동안 숨겨온 고백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지은이가 고개를 기울이며 기다렸다. 그 순간, 그녀의 행복한 얼굴을 보며 깨달았다. 진정한 사랑은 때로 말하지 않는 것. 그녀의 행복을 위해 내 마음을 영원히 묻어두는 것.

"아냐, 그냥...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을 돌렸다.

다음 날, 나는 그녀의 들러리로 서서 환하게 웃었다. 지은이가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걸어올 때, 나는 마지막 고백을 가슴에 묻었다. 어쩌면 가장 완벽한 고백은 평생 '여사친'으로 남아, 그녀의 모든 순간을 축복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