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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출근

마지막 출근길의 고백

버스 창문에 머리를 기대며 나는 오늘이 마지막 출근이라는 사실을 되새겼다. 15년을 다닌 회사, 4,562번의 출근, 그리고 단 한 번도 하지 못한 고백. 창밖으로는 언제나처럼 도시가 분주하게 흘러갔지만, 내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고요했다.

매일 아침 8시 17분, 우리는 이 버스 정류장에서 만났다. 그녀는 항상 같은 자리, 운전석에서 세 번째 창가 쪽에 앉았고, 나는 두 칸 뒤에서 그녀의 까만 머리카락이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녀는 그 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책을 읽고 있었다. 향수 냄새가 미세하게 흩어져 내 코끝을 간질였다. 라일락과 바닐라의 묘한 조화, 5,475일 동안 나는 그 향기를 기억했다.

"이번 역은 을지로입구역입니다." 기계적인 안내방송이 울렸다. 우리가 항상 함께 내리는 역이었다. 그녀는 책을 가방에 넣고 일어섰고, 나도 그녀를 따라 버스에서 내렸다. 아스팔트에 부딪히는 그녀의 하이힐 소리가 내 심장박동과 동조되어 울렸다.

오늘은 달랐다. 오늘 나는 모든 것을 놓아버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퇴직금 봉투가 내 가방 안에서 묵직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해외 이민 비행기 티켓도 준비되어 있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다.

"저기요." 내 목소리가 떨렸다. 15년 만에 처음으로 그녀에게 건넨 말이었다. 그녀가 놀라서 뒤돌아보았다. 갈색 눈동자가 의문을 담고 나를 응시했다.

"혹시 저를 기억하세요? 매일 같은 버스를 타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눈에서 혼란스러움이 읽혔다.

"죄송해요, 제가 15년 동안 당신을 지켜봤어요. 같은 회사 다른 부서에서 일하면서... 오늘이 제 마지막 출근이라 용기를 내봤습니다. 단지 안녕이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침묵이 우리 사이를 가득 채웠다. 그녀의 표정이 점점 변했다. 혼란에서 놀라움으로,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김부장님 아니세요? 인사팀?"

이제 놀랄 차례는 나였다. "알고 계셨어요?"

그녀가 웃었다. 15년간 상상해온 그 웃음을 드디어 나를 향해 지어 보였다. "당연하죠. 제 인사기록을 관리하시는 분인데. 사실... 저도 항상 궁금했어요, 왜 말을 걸지 않으시는지."

출근길의 소음이 멀어지고, 세상이 잠시 멈춘 것 같았다. 그녀가 손목시계를 확인하고 말했다. "지금 시간 되세요? 회사 늦기 전에 커피라도 한잔할까요?"

그렇게 나의 마지막 출근길은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 때로는 포기한다고 생각했던 순간이 실은 용기를 모으는 과정이었음을 그날 아침, 우리는 함께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