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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고민

괴담의 고민: 이야기가 없는 유령

유령으로 산다는 건 생각보다 지루하다. 누군가를 놀라게 하는 것도, 오래된 집에서 사슬을 끌며 울부짖는 것도 처음 몇 십 년은 재미있었지만, 이제는 그저 의무처럼 느껴질 뿐이다.

나는 342년 된 유령이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나를 '창백한 여인'이라 부르기 시작한 것은 150년 전쯤이었다. 검은 드레스를 입고 창가에 서 있는 내 모습이 달빛에 비쳐 하얗게 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내가 입은 옷은 짙은 남색이었고, 그들이 본 것은 달빛에 비친 내 모습뿐이었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시력은 정말 형편없다.

오늘 밤도 나는 이 오래된 저택의 복도를 떠돌고 있다. 벽지는 곰팡이 냄새를 풍기고, 나무 바닥은 발을 디딜 때마다 삐걱거린다. 살아있을 때 느꼈던 감각은 아니지만, 유령의 방식으로 이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다. 차가운 공기, 습한 벽,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

오늘 이 집에는 새 가족이 이사 왔다. 세 식구다. 부부와 열두 살쯤 되는 소녀. 소녀의 방은 내가 생전에 쓰던 방이다. 그녀는 지금 책상에 앉아 일기를 쓰고 있다. 내가 방 안으로 들어서자 온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소녀가 몸을 떨며 주변을 둘러본다. 내가 있다는 걸 느끼는 것이다.

"거기... 누구 있어요?" 소녀가 속삭인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뻔하다. 창가로 다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거나, 방 안의 물건을 움직이거나,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면 된다. 전형적인 유령의 행동들. 하지만 오늘따라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이 일을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3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겁에 질리게 하고, 때로는 울게 만들었다. 그런데 무엇을 위해?

내가 머뭇거리는 동안 소녀는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그녀의 손이 종이 위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본다. 살아있는 사람의 따스함과 생명력이 부럽다. 문득 그녀가 무슨 글을 쓰는지 궁금해져 다가간다.

"오늘도 학교에서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았다. 마치 내가 유령이라도 된 것처럼."

그 순간 나는 웃음을 터뜨린다. 유령인 내가 보이지 않는 존재처럼 느끼는 소녀를 보고 있다니.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갈망하고 있었다. 나는 충동적으로 그녀의 연필을 움직인다. 종이 위에 한 문장을 적는다.

"넌 혼자가 아니야."

소녀는 깜짝 놀라 연필을 떨어뜨리지만, 곧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다시 연필을 잡고 대답을 적는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3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무도 내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없다. 나는 항상 괴담의 주인공이었지, 이야기를 가진 존재로 여겨진 적은 없었다. 소녀의 질문은 내 오랜 고민에 대한 해답이었다. 나는 이제 알았다. 내가 이 세상에 남아있는 이유를. 나는 내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나는 더 이상 괴담의 유령이 아니다. 나는 이야기가 있는 유령이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달빛이 소녀의 얼굴을 비추는 동안, 나는 처음으로 내 진짜 이름을 기억해낸다. 그리고 그 이름으로 내 이야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