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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대표님

대표님의 괴담: 마지막 야근

시계가 자정을 지나자 사무실의 형광등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야 내가 또 모두의 퇴근 시간을 한참 지나 홀로 남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프로젝트 마감'이라는 세 단어 앞에선 어쩔 수 없었다. 우리 회사 대표님은 마감에 대해서만큼은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그때 창가에서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우리 사무실은 15층이다. 누구의 발소리일까, 생각하는 순간 대표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도 일하고 있었군."

놀라 고개를 들었을 때, 대표님은 내 모니터 불빛에 얼굴이 하얗게 빛나며 서 있었다. 언제나처럼 단정한 양복, 그러나 어딘가 달랐다. 얼굴이 창백했고, 눈에는 생기가 없었다.

"대표님, 이렇게 늦게 무슨 일이세요?"

"자네를 데리러 왔네."

대표님의 목소리는 공기 중에 희미하게 울렸다. 뒷목이 서늘해졌다. 대표님은 내 책상 앞에 서서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이거, 마지막으로 검토해주게."

그 서류는 내가 이틀 전에 제출했던 보고서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종이는 축축했고, 빨간 표시들이 마치 핏자국처럼 번져 있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죄송합니다만, 이건 제가 이미 수정해서 드린 건데요..."

대표님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입가에서 귀까지 길게 찢어지는 것 같았다.

"기억이 안 나나? 세 번이나 퇴짜 맞은 보고서야. 그날 밤 자네가 얼마나 화가 났었는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무슨 말씀을... 라고 말하려는데 갑자기 사무실 불이 모두 꺼졌다. 컴퓨터 화면만이 파란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 파란 빛에 비친 대표님의 넥타이가 눈에 들어왔다. 붉은색 넥타이, 그런데 그것이 넥타이가 아니라 목의 상처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자네 기억나지 않나? 그날 밤, 이 사무실에서..."

컴퓨터 화면이 깜빡이더니 갑자기 CCTV 영상이 떠올랐다. 내가 분노에 차서 대표님의 목을 조르는 장면. 그리고 패닉에 빠져 몸을 숨기는 장면까지.

기억이 홍수처럼 밀려왔다. 세 번이나 퇴짜 맞은 보고서, 승진에서 누락된 내 이름, 그리고 폭발했던 내 분노...

"시간이야, 함께 가자."

대표님의 손이 내 어깨에 닿았다. 차갑고 무거웠다. 울리는 경찰 사이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깨달았다. 내가 도망치던 지난 사흘은 결국 모두 헛된 것이었음을. 그리고 컴퓨터 화면 속에 비친 내 얼굴은, 대표님의 얼굴만큼이나 창백했다.

사무실 문이 열리고 경찰들이 들이닥쳤을 때, 그들이 발견한 것은 컴퓨터 앞에 홀로 앉아 있는 나뿐이었다. 대표님은 이미 사흘 전에 이 사무실에서 죽었으니까. 내 손에.